'시칠리아를 빼놓고 이탈리아를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괴테는 말했다지요.
카르타고,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랍과 노르만 왕국 등 수많은 제국을 거친 파란 많은 역사를 가진 곳,
시칠리아입니다.
제주도의 5배 크기에 농작물이 다양하고 해산물이 풍부한 곳,
영화 '대부', '시네마 천국' 같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으며
에뜨나 화산의 흰 눈, 푸른 바다의 조화가 아름다운 땅,
긴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의 지형에서 그 장화의 코 앞에 있는 섬이지요.
로마에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 행 국내선은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출발합니다.
테르미니 역에서 버스 1시간 거리로 버스 요금은 큰 짐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피우미치노 공항의 T2에서 출력한 보딩패스를 제시하고 탑승, Ryan Air로 주도인
팔레르모의 팔코네 공항에 도착,
공항버스(6.3유로/1인, 30분 간격으로 운행, 40분 소요)의 종점, 열차 역 부근의 괜찮은 숙소, 'Hotel Erena'에 체크 인.
곧바로 역에서 11시 방향에 있는 버스정거장에서 하얀색의 몬레알레(Monreale) 행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팔레르모에서는 8km, 20분 거리인 종점에서
안내판을 따라 목적지, 엠마누엘레 광장에 있는
몬레알레 대성당에 왔습니다.
겉모양은 평범했지만
성당 내부는
황금빛 모자이크화로 화려했지요.
구약 성서의 내용을 그린 '뱀에게 유혹을 당하는 이브'와 그 아래 '아브라힘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에
'노아의 방주',
'예수의 이적' 들이 성당의 벽면을 채웠습니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제단의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까지,
천장과 벽이며 기둥의 모든 장식이 눈부시게 화사하고 아름답습니다.
한쪽에는 이 성당을 짓는데 재정적인 도움을 주었다는 왕들의 관도 보입니다.
해적 바이킹이 세운 나라로 종교적인 관용을 내세웠던 노르만 왕조의 문화적인 특징인 노르만 양식의 골격에
그리스의 기둥, 로마의 아치, 아랍의 천장 장식, 비잔틴의 벽화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지요.
주말을 맞은 이 성당에서 새로운 커플이 나왔네요.
몬레알레 언덕에서는 멀리 지중해와 팔레르모(Palermo) 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다시 돌아온 팔레르모의
마퀘다 거리(Via Maqueda)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대로(Corso Vittorio Emanuele)가 만나는 네 거리,
콰트로 칸티(Quattro Canti)에는 각 모서리에 네 개의 똑 같은 건물이 있고
각 건물마다 사계절을 상징하는 여신과 역대 왕을 새긴 조각이 보입니다.
구시가의 모든 볼거리가 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화 '대부'의 몇 장면에 나오는 주세프 베르디 광장(Piazza Giuseppe Verdi)의 마시모 극장(Teatro Massimo).
연간 공연되는 프로그램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나비 부인에 카르멘 등 화려했습니다.
12월의 '호두까기 인형'은 전세계 공통인 듯해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네요.
프레토리아 광장의 시 청사며 그 앞의 분수(Fontana Pretoria)가 보입니다.
분수 주변에 설치된 30여 개 벌거벗은 동상들 때문에 사람들은 이 분수를 '부끄러움의 분수'라고 불렀다지요.
시칠리아 특유의 노르만 양식과 아랍 양식이 혼재된 팔레르모 대성당(Cattedrale)은
천장화가 좋았습니다.
이곳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였지요.
알베르게리아 지역, 아랍 양식의 거대한 누에바 문(Porta Nuova)을 지나면
지금은 주의회의사당으로 쓰이는 팔라초 데이 노르만 궁전(Palazzo dei Normanni).
그 한쪽의 왕실 예배당, 팔라티나(7유로/1인)도 몬레알레의 대성당처럼 천지창조를 비롯해서 바벨탑에
노아의 방주며 예수의 여러 이적 등 성서 내용을 표현한 황금빛 모자이크 그림으로 가득했습니다.
대리석으로 만든 바닥의 모자이크까지 섬세하고 아름다웠지요.
이슬람의 모스크로 건설되었던 예레메티(Chiesa di San Giovanni degli Eremiti, 5유로/1인)는
지금 가톡릭 성당으로 쓰입니다.
도심 속, 이곳의 한적하고 예쁜 정원은 편안한 장소여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네요.
시실리 지역 미술관(Galleria Interdisciplinare Regioale della Sicillia) 안에는
시칠리아 출신 화가, 안토니오 다 메시나의 '수태고지'가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모네 마르티니 등 동일한 제목의 작품처럼 대천사 미카엘이 등장하는
상투적인 구도가 아니라 성모 만을 그린 그림입니다.
루브르 박물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만큼이나 작은 그림 속,
성모의 맑은 그러면서도 복잡했을 마음이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은 아주 감동적이었지요.
전시장에는 시칠리아 인의 긍지가 넘치는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그림과 조각이 가득합니다.
십자가에서 내려놓은 예수를 둘러싸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과
천사와 성인들에 둘러싸인 성 모자의 그림도 그 색채가 화려합니다.
이 미술관은 열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을 때는 ' 아바텔리스 궁전(Palazzo Abatellis, 팔라초 아바텔리스)'이라고 해야 알아듣습니다.
한적한 주택가로 한참 들어간 옛 궁전 안에 조성된 미술관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요.
'지역 고고학 박물관'으로 잘못 알고 찾아 헤매기 여러 시간,
현지인들에게 '성모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찾아온 '지역 미술관'입니다.
직원들도 아주 친절해서 그림에서 받은 감동과 함께 마음은 아주 행복했습니다.
토~월요일까지는 오전에만 오픈,
화~금요일에는 오전 8시 30부터 오후 1시 45분, 오후 3시부터 6시 45분까지 개관합니다.
지역 미술관 로비에서 포스터를 배경으로 한 장,
기념품 가게, 영화 '대부'의 주인공이었던 마론 브랜도 얼굴이 담긴 권총 모양 컵이 재미있어서 한 개 사들고
그 배경음악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시칠리아의 중심에 있는 피아차 아르메리나와 칼타지로네에 가기 위하여 엔나행 열차를 탔습니다.
해안을 따라 달리던 열차는
섬 중앙의 황량하고 거친 돌산을 지나가면서 고지대의 엔나에 우리를 내려놓고
서쪽의 도시 카타니아로 떠났지요.
엔나역은 허허벌판.
이동 수단이 전혀 없어서 역무원의 도움으로 택시 호출, 엔나 센트럴로 이동, 호스텔 CCLY의 '메시나 방'에 들어가니
그 아래, 크고 작은 마을의 산촌 경치가 펼쳐집니다.
엔나는 열차역과 센트럴, 터미널과 바사의 네 구역이 있어 근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엔나 바사(Enna Bassa)로 가야 했는데 그걸 몰랐기 때문에 인적 없는 엔나 열차역에 내렸던 것.
그렇지만 고원 마을, 이 호스텔에서의 하룻밤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오른쪽으로 멀리 에트나가 보이는 가슴 벅찬 풍경이 있었거든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메두사, Trinacria는 시칠리아의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 지역의 상징으로
예전부터 방패를 장식했던, 이 섬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을 형상화한 이 Trinacria는
2차 세계대전 때 본토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시칠리아의 국기로 사용되었답니다.
마피아는 정부의 치안 유지가 섬까지 미치지 못하자 자경단을 조직, 유지했던 것이 그 시초라 했지요.
주변 사람들은 왜 굳이 그 무서운 곳에 가느냐고 걱정했지만 시칠리아를 돌아다니는 동안
마피아의 존재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친절했고 물가도 싼, 멋진 여행지였지요.
로마에서 열차를 타고 이 섬으로 직접 들어올 수도 있지만 12시간이 걸린답니다.
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와 요금을 확인 가능.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오는 국내선, '라이언 에어'는 알이탈리아 항공 홈페이지, www.alitalia.com/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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