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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2

거제도의 서쪽, 둔덕면. 그 옛날의 청마 생가는 이제 청마 기념관으로 변신하였습니다. 이제는 편지를 쓸 사람도, 받을 사람도 모두 떠난 이승에서 우체통만 외롭게 서 있었지요. 정원의 '깃발'과 '행복', '출생기'가 담긴 대형 시비 옆, 사색에 잠긴 청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 그러나 오늘은 대체 휴일이었던 월요일의 다음날이어서 휴관이라는 말씀! 서운한 마음으로 기념관 뒤에 있는 생가로 갔습니다. 역시 문은 닫혀 있었지만 담벼락은 놀랍게도 청마의 시를 적은 천으로 도배되어 있었네요. 대문 너머로 들여다본 생가 안에는 '청마 문학제'의 일환으로 청마가 작사한 교가들을 전시하고 있었지요. 통영에서 중고교를 다닌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 지역의 교가 대부분은 유치환 작사, 윤이상 작곡이었다는 말을 생각하고 웃음..

국내 여행 2021.10.24

거제도, 1

통영의 일정을 마치고 거제대교를 거쳐 거제도에 들어왔습니다. 이 섬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제일 기대했던 곳은 외도의 보타니아. 숙소인 거제도 자연휴양림에서 맑게 갠 하늘과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외도 행 선착장, 구조라로 가는 길입니다. 오래전 방한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지나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황제의 길'이라는 거대한 돌표지를 보며 벚나무 가로수의 멋진 길을 달렸습니다. 구조라 해수욕장을 지나서 도착한 구조라 유람선 터미널. 오늘은 유람선을 타고 20분 이동 후 선상에서 거제 해금강 돌고 10분 거리의 외도 보나티아에 상륙하여 2시간의 개별 관광 후 대기하던 배로 구조라 선착장에 되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유람선 요금과 외도 입장료는 평일과 주말, 성수기(7, 8월)에 따라 요..

국내 여행 2021.10.23

통영, 4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 통제영이 최초로 자리 잡은 곳이며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한산대첩의 역사적인 현장, 이충무공의 호국혼이 담겨있는 유서 깊은 섬, 한산도에 갑니다. 섬으로 가는 페리는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도착하며 편도 25~30분 거리. 매 시간 운항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증편이 되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습니다. 제승당 외에도 한산도의 의항이나 소고포 선착장으로 가는 배가 있으니 목적지를 확인 필수! ‘가고 싶은 섬’, http://island.haewoon.co.kr에서 예약 가능, 전화로도 예매할 수 있습니다. 통영 (주)우성해운. 055 645 3329. 출항 30분 전에는 창구에서 선표를 받아야 하며 신분증 지참은 필수. 시니어 1인 왕복 9200원. 4인승 승용차는 20,..

국내 여행 2021.10.22

통영, 3

항구의 밤은 화려했습니다. 여객터미널 부근에서 저녁으로 이 지역의 명물인 충무김밥과 꿀빵을 사들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해안가를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바다에서 조업 중임을 알릴 때 쓰는 어선의 화려한 깃발을 보면서 도천동의 횟집 거리를 지나 운하를 가로질러 통영 시내의 남과 북을 이어주는 충무교와 196개의 조명이 화려하게 빛나는 591m의 통영대교, 작은 '연필 등대'에 야경 투어 중인 보트를 구경하다가 해저터널로 되돌아왔지요. 1932년에 만든 동양 최초의 이 터널은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유산으로 총길이 484m, 폭 5m, 높이 3.5m에 24시간 개방이 되는 곳. 입구의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도로 입구의 문', 또는 '수중세계를 지나 육지에 도달했다'는 의미의 현판, '용문달양(龍門達陽)'을 ..

국내 여행 2021.10.21

통영, 2

초정거리는 ‘봉선화’의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1920~2004)을 기리는 골목입니다. 옷가게가 밀집한 초정거리 중간, 함석으로 둘러싸인 낡은 일본식 2층 건물이 그의 생가. 부친은 이 자리에서 통영갓을 만들던 장인이었답니다. 곧 유적지로 정비될 계획이어서 옷가게 주인은 조만간에 이사를 해야한다 했네요. 거리 입구에 시인의 대표작인 연시조, '봉선화'가 보입니다. 비 오자 장독 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보듯 힘줄만이 서노나. 이 시조에..

국내 여행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