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브로브니크에서 더 아래로 내려와 국경을 넘어서
몬테네그로의 해안도시, 코토르에 도착했습니다.
이 나라는 발칸 반도의 남북으로 뻗은 '디나르 알프스'가 다른 나라들과 국경을 만들면서
아드리아 해변을 따라 길게 자리잡은 나라입니다.
나라 이름은 디나르 알프스의 검은 산 이미지 그대로 '몬테네그로', 수도는 포드고리차이며
코토르는 중세 풍의 해안도시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도시였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며 한반도 1/7, 전라남도 크기의 작은 나라로 세르비아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와 시차는 7시간.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검은빛 바위산'이 길게 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아드리아해를 두고 있어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경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이 아드리아 해안길은 슬로베니아의 피란에서 시작, 여기 코토르까지 거의 800km에 이르는
최고의 피요르드 해안도로입니다.
코토르에 도착할 무렵에는 바다가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거의 원에 가까운,
크고 둥근 해안선을 만들어냈습니다.
호수 같은 만 안의 작은 섬에는 수도원이 있고 그 뒤쪽으로 인공섬에는 교회가 있습니다.
푸른 바다와 초록의 숲, 빨간 지붕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이 풍경은 환상적이었네요.
버스터미널에서 여행자를 찾던 민박집 아저씨를 만나 그의 집에 들어왔습니다.
이 마을은 피요르드를 앞에 두고 베네치아 시대에 건설된,
길이 5km, 높이 20m의 거친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중간중간 무너진 성벽을 따라 '건강한 여인의 교회(Church of Our Lady of Health)'도 보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는 악취가 났고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의 생활오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는 듯했지요.
구시가로 들어가는 성문,
휴가철인데도 여행자는 드문드문 보입니다.
베네치아 시대에 무기를 보관하고 수리하면서 얻은 이름, 번화가의 '무기 광장'에도
아주 드물게 관광객들이 보입니다.
루카 광장의 성 미콜라스 교회는 세르비아 정교회로
그 안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슬픈 표정의 홍포를 입은 예수 앞에서
로마 군사인 듯 토가를 신은 남자가 자신의 다리 상처를 가리키는, 내용을 알 수 없어 궁금했던 그림에
검은 성모와
성모자의 그림이 가득했고
수태고지의 한 장면을 그린 듯, 생각에 잠긴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도 있습니다.
막강했던 시대의 코토르 해군 역사가 담긴 해양박물관,
그 안에서 본, 검은 돌산을 배경으로 성 앞의 터번을 두른 아랍인과 돛단배를 새긴 동판은
아드리아 해변의 국가들을 자주 침략했던 아랍인들에 대한 기록인 듯 보였습니다.
이 도시를 위협했던 주변 세력에 늘 불안했던 시민들은
만 안의 인공섬에 교회를 세우면서 신에게 의지하려 했었지요.
죄 지은 사람를 세워놓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는,
1602년에 세워진 삼각뿔 모양의 '수치의 기둥'과 '타워 워치' 주변의
여름 축제가 시작되는 무대.
그러나 축제는 브라스 밴드가 구시가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곧 끝나버렸지요.
일찍부터 무대 앞쪽에 자리 잡고 기다렸는데 싱겁게 마무리되었네요.
다음날은 시외버스를 타고 남쪽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이 나라 최남단의 도시인 바르와
오래된 도시 부드바까지 오가는 드라이브에 나섰습니다.
되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스테판 섬은
유럽 명사들의 별장이 많은 곳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은 제한되는 곳이랍니다.
초라해진 코토르와 비교되는, 여전히 활기 있는 동네였지요.
바로 이 사진들!
아드리아 바닷가 마을의 멋진 야경이 담긴 관광포스터를 보고 여기 코토르까지 왔는데
지금은 전기 사정이 안 좋은 듯 밤에는 어둠에 잠겼고
다음 날 아침, 길 따라 뒷산 정상까지 2시간 정도 올라갔을 때는
무너져내린 성벽도 호숫가처럼 황량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이 동네의 조락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16~17세기 두 번의 지진으로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가 복구되었다는데
아름다운 이 도시가 다시 활기를 잃었네요.
1991년의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아직도 이 나라는 수도, 전기 등의 기반 시설도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자유를 얻은 대가였을까요?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이 신생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 우리는 다시 드브로브니크를 거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버스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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