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티베트, 네팔

티벳 2

좋은 아침 2010. 2. 12. 18:10

2002년 7월 28일 일요일 제6일 라사  남쵸(納木錯 입장료 45원)

 

캐리어를 숙소에 맡기고 작은 배낭만으로 짐을 꾸렸다.

빵과 복숭아, 중국 컵 라면 4개 사 들고 9시 출발.

5인승 랜드크루저여서 돌치는 뒤 쪽 짐칸에 설치한 보조 의자에 앉았다.

 

중국 사천성과 이어지는 천장공로를 달리다가 점심은 ‘사천면집’ 이라는 식당에서 해결.

직접 부엌에 들어가 주문해도 된다기에 생오이, 토마토를 중심으로 향채 넣지 말고 기름 적게 하라 주문,

그런대로 먹었지만 계산 때는 한참 실랑이를 해야했다.

생야채는 1개에 2원씩 받는데다가 이중으로 계산을 했는데도 주인 여자인 한족이 거칠게 나오니

장족인 돌치는 주눅이 들어 말도 못했다.

 

남쵸 가는 길은 그야 말로 탐험.

담숭을 거쳐 화려한 타르쵸가 있는 5150m의 라겐라를 넘으면서 우리의 랜드 크루저는 

물이 흐르는 개울도 건너고 비탈길도 타 넘으면서 넓은 벌판을 달렸다.

길가에는 버섯 봉지를 든 티벳탄들이 손님을 부르고

타르쵸 앞에서는 그들 고유의 의상과 머리 모양을 한 장족 청년이 모델이 되어 돈을 벌었다.

옹고르제 준비를 하는 임시 텐트촌도 구경.

여기 기혼의 여자들이 걸치는 앞치마는 색깔이 아주 화사하다.

 

중간에 교통사고 목격.

우리 앞을 가던 차가 길이 2m 쯤 되는 다리에 빠져 있었다.

평지를 달리던 차가 돌멩이 몇 개, 또는 풀뿌리 몇 개로 표시해 놓은 위험 표시를 못 본 채 

무너진 다리 위에 돌진한 것.

어찌 연락이 되었는지 앰블런스가 오고 있었다.

 

4시간 걸려 도착한 남쵸는 멀리 설산을 두고 앞으로는 낮은 산들에 둘러싸인,

그야말로 야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황량한 호수.

끝없는 수평선, 터키 블루의 물빛, 낮게 깔린 하얀 구름과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그림 같은 아름다운 해발 4700m의 호수로 

마나사로바, 얌드록초와 함께 티벳의 3대 聖湖 중의 하나이다.

숙소에 짐을 놓고 호숫가의 돌산을 산책할 때는 기력이 딸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대충 식사하고 늘어져 있다가 한밤중에야 일어나 진통제와 소화제를 겨우 챙겨 먹었다.

손 끝 하나 움직이기 어렵게 완전히 방전된 체력.

밤중 내내 함석지붕을 날리듯 바람이 불고 간간히 비가 뿌렸다.

추워서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2002년 7월 29일 월요일 제7일 남쵸  라사

 

이곳 속소 이름은 '타쉬도르 게스트하우스'.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함석 판 위에 많은 돌을 얹어 놓았다.

남쵸는 사람이 살기에 너무나 열악한, 춥고 황량한 들판에 있다.

그나마 겨울에는 눈으로 길이 막혀 올 수 없는 곳.

아침에는 오리털 잠바에 마스크, 머플러,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혼자 호숫가를 걸어다녔다.

 

 

 

오후 2시에 다시 돌아온 라사는 맑은 날씨로 약간 덥다.

남쵸를 다녀온 일이 꿈 같다.

음반가게에서 티벳 가요와 옴메니반메홈(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 노래 테잎을 샀다. 1개에 14원씩

 

키레이 호텔에서 7시 시작하는 민속 공연의 저녁 뷔페 식사비는 1인 당 40원.

시장을 지나며 내일 먹을 과일과 티벳탄 빵을 사면서 지체되었다.

예약이 취소되면서 비어있던 앞자리를 차지하는 행운도 누렸지만 뷔페 음식이 거의 소진되어 

일품요리를 주문 받는 시간이라서 아쉬웠다.

꺼얼무나 네팔에서 들어 온 여행자며 카일라스에서 돌아 온 배낭족들은 대개 한국인.

홀 안은 온통 한국인으로 가득했다. 

7시 30분, 그동안 서빙하던 사람들이며 주방 식구들은 역할을 바꿔 옷을 갈아입고 무대 위로 등장하면서

한 시간 동안 티벳탄의 민속 공연을 보여 주었다.

마지막에는 같이 춤 추고 노래 부르면서 주객이 어울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끝 무렵, 공연자들이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한 그들의 술, 창을 따라 주며 함께 건배.

그들은 헤어질 때 모든 사람들에게 하얀색 카타를 걸어주면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기원해주었다.

 

 

 

 

비가 뿌려 사이클 릭샤 2대에 나눠 탔으나 그가 엉뚱한 곳에 내려준 탓에 한동안 헤매다.

 

 

2002년 7월 30일 화요일 제8일 라사 → 사미에(桑耶寺 )

 

조장이 궁금해서 그동안 가이드에게 여러 번 이야기하다가 차선으로 오늘 새벽, 세라 사원의 뒷산 조장터로 가서

그 분위기를 보고 오자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는데 비 탓에 무산되었다.

아침 일찍, 출발 준비를 하고 기다렸는데 숙소로 찾아 온 우리 가이드,

바위투성이 산을 넘어야 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럽고 위험하다는 것.

시작부터 석연치 않더니 결국은 시작도 못했다.

우리 가이드, 돌치는 인도 소재의 대학에 재학 중인데 지금은 방학으로 귀국,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라 한다.

티벳에서는 똑똑한 아이를 선발, 중국 정부 몰래 인도로 보내서 대학 교육을 시킨단다.

그는 달라이라마를 세 번이나 친견했다고 자랑했다.

 

10시 10분 사미에로 출발, 2시간 30분 후 선착장 도착.

얄룽창포를 건너 배로 45분, 내려서는 경운기로 45분.

비탈진 산길을 털털거리는 경운기에 앉아 왔더니 허리가 너무 아프다.

 

 

중앙에 있는 우체 사원은 1층이 티벳 양식, 2층은 인도, 3층은 중국 양식으로 아주 화사한데 

중국의 침공으로 일부 파괴되어 아직도 복원하는 중이다.

이곳은 티벳 최초의 사원.

승려 출신들이 운영한다는 숙소의 식당은 손님을 접대하는 모습에 정성이 담겨있었다.

티벳의 사원은 특이하게도 층마다, 방마다 관리하는 승려들이 따로 있고 그들은 거기서 먹고 잔다.

입장료 35원

 

이곳의 무공해 풍광은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꾸밈 없는 사람들의 순박한 삶. 낯선 사람도 웃으며 맞이하는 열린 마음들.

저녁이 되어 목동을 따라 집을 찾아오는 수 많은 양과 소, 그들의 방울 소리.

사원도, 마을도 한적하고 소박하다.

한밤중의 완벽한 어둠!

 

 

 

 

 

2002년 7월 31일 수요일 제9일 사미에 → 라사

 

고산증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불면과 무력감,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은 여전.

먹을 만한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속이 상해서 아침에는 혼자 들판을 걸어다녔다.

 

사원 옥상에서는 나이 어린 승려들이 긴 나팔, 짧은 나팔을 번갈아 불었다.

한 여자가 사원 앞의 큰 향로에 주니퍼 나무를 계속 넣어 연기를 피워 올린다.

오늘 축제가 있다는데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언제 시작하는지 시간 개념이 없는 듯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

색색의 천으로 싼 경전을 든, 전통의상의 티벳탄들은 화려하게 치장한 나귀를 타고 사원으로 모여 들었다.

 

다시 돌아온 라사.

햇빛 좋은 조캉 앞에 앉아 오체투지 하는 티벳탄을 보면서 한나절을 보냈다.

숙소 앞 광명상점의 밀크 티가 맛있다기에 찾아 갔더니 오늘은 휴일.

 

밤에는 네팔로 넘어가는 우정공로 도중의 지방 명소 순례를 앞두고

우리나라 라면을 사러 근처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다행히 한 가게에서 신라면 발견, 남아있는 21개를 몽땅 샀다.

농심이 중국과 합작, 상해에 차린 공장의 생산품인데 큰 것은 5원, 작은 것은 4원.

 

내일이면 라사를 떠난다.

 

 

2002년 8월 1일 목요일 제10일 라사   갼체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낮에도 비가 계속 왔다.

 

카일라스 허가서를 기다리던 한국인 조각가는 웃으면서 드디어 카일라스로 떠났다.

힌두교와 이슬람, 불교에서 모두 성산으로 숭배하는 그 수미산에

7박8일의 일정으로 다국적 팀 속에 끼어서 간단다.

나도 같이 가고 싶었다.

 

우리는 9시 30분, 갼체로 출발. 7시간 예정.

여기서는 랜드크루저도 시속 40~50km로 잘 달렸다.

 

티벳고원을 지나 히말라야를 넘는 우정공로.

거대한 산줄기, 거기에 길을 놓은 인간의 능력이 대단하다.

5200m의 얌드록쵸 앞에서는 모델 야크를 타고 사진 한 방 찍고.

길게 이어지는 그 호수와 계속 만나고 헤어지면서 눈 덮인 설산을 지났다.

 

 

 

 

도중에 만난 목동은 야크를 모는 틈틈이 그 털을 가늘게 꼬아 실을 만들어서 실패에 감았다.

 

갼체의 뮤체 호텔(오목 여관)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5분.

길가에 면한 방이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장 구경하러 밖으로 나갔을 때는 큰 개들이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기에 무서워서 일찍 들어왔다.

이들이 게으른 스님의 환생으로 믿는다는 개는 티벳 어디서나 떼로 몰려다닌다.

근처 레코드 가게에서 틀어 놓은 노래 소리, 폭죽을 터트리며 노는 아이들, 몰려다니는 개들이 짖는 소리들로

한 밤중까지 아주 시끄러웠다.

 

남루하고 지저분하며 똥오줌 냄새로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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