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티베트, 네팔

티벳 3, 네팔 카트만두

좋은 아침 2010. 2. 16. 19:30

2002년 8월 3일 토요일 제 12일 갼체  시가체  시가

 

오전에는 갼체의 쿰붐을 돌아보고

 

 

다시 출발, 오후 5시 20분 시가(뉴 팅그리 또는 쉐가르) 도착.

캄팔라를 넘고 갸초라를 넘어 대협곡의 길게 이어진 길을 달려왔다.

조그만 마을을 지나고 개울을 건너서 티벳 고원을 지나 대 히말라야를 넘는 길.

높은 지대에서 바라보이는 산 아래 날씨는 여기 저기 모두 다르다.

구름 한 점 없는 짙푸른 하늘, 색색의 온갖 꽃들이 납작 엎드리어 피어 있는 초록빛 들판, 노란 유채꽃,

룽다와 타르초의 화려한 원색,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민둥산, 멀리 보이는 거대한 설산, 

점점이 검은 야크 떼, 희끗희끗한 양떼와 어린 목동들.

창가에 검은 색 테두리를 한 티벳탄의 석회를 바른 하얀 집, 

말려서 빚어 땔감을 하려고 돌담 위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야크 똥.

눈앞에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점심을 먹었던 길가의 조그만 차이니즈 식당 앞에는 티벳탄 거지들이 손님이 남긴 음식을 깡통에 받아 갔다.

한족이 몰려들면서 티벳탄들이 밀려나고 있다.

 

여기는 간덴과 같은 4200m 지대.

남쵸보다는 낮지만 그 높이만으로도 긴장된다.

지금은 어두워지면서 알전구의 전깃불이 들어왔다.

씻지 못해 꾀꾀죄한 동네 아이들을 TV가 있는 집 창문에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여기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사람들이 묵거나 식사하는 곳으로 

뉴 팅그리, 쉐가르 또는 시가라고도 불린다.

길을 따라 들어선 음식점, 숙소들이 모두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 쓴, 황량한 작은 마을.

어둠 속에서 마을 산책.

춥다.

 

 

2002년 8월 4일 일요일 제13일 시가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ABC, Everest Base Camp)

 

맑은 날씨.

여기서 ABC까지는 150km의 거리.

꼬불꼬불 산을 몇 개 넘는 동안 쾌청한 날씨 덕분에 먼데 설산들이 모두 보였다.

두 번의 신고(여권과 입산 허가서 제시)와 몇 차례 휴식 끝에 1시 30분 롱북 사원 도착 후

그 앞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9km를 달려 해발 5200m의 ABC에 다녀왔다.

 

 

우기에 뜻밖의 맑은 날씨라니 우리 모두 행운의 날인 셈.

이런 고산까지도 조그만 풀들이 땅에 붙어 색색의 꽃들을 피웠다.

설산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은 암회색 빛으로 아주 차갑다.

롱북 사원에 딸린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점심 식사.

 

 

중간에 휴식 차 들렀던 마을의 화장실도 사미에처럼 아래층은 돼지울이었다.

 

티벳은 거대한 산들의 나라, 끝없이 산과 산이 이어진다.

그러나 가까운 산들은 자갈과 흙으로 덮여있어 비바람에 침식되면서 골골이 패이고

거기서 흘러내린 모래는 하천을 덮고 길을 덮었다.

이끼 같은 작은 풀들이 20cm 정도의 긴 뿌리를 박고 산다.

 

중국 정부는 춥고 황량한 이 오지에도 도로보수반을 상주시켜 길을 관리했다.

 

한족의 지시를 받으며 낡은 차림의 장족 인부는 차가운 날씨에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일했다.

시가체 거리에서 한족 교통 경찰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거만한 표정,

그를 대하는 티벳탄은 머리도 못들고 굽실거리는, 그 대조적인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초모랑마 입산 수속 때 그동안 느긋했던 우리 운전기사, 나와도 사무실로 들어갈 때는 긴장한 표정으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고 장족을 향한 중국 경찰의 무차별 폭행을 이야기하던 돌치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이 중국에서 독립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보여서 안타깝다. 

 

이 곳 숙소 유리창으로 해발 8848m의 초모랑마(에베레스트)가 보인다.

흐렸다가 다시 개이면서 정상까지 햇살이 비친다.

행복하다.

 

 

낮에는 너무 덥고 너무 지쳤다. 

숙소에서 쉬다가 오후 늦게 사원을 돌고 그길에 잠깐 초모랑마 쪽으로 걷다가 돌아왔다.

같이 코라를 하던 티벳탄들에게 가지고 있던 약을 발라 주고 안약도 넣어 주었다.

추위와 거센 바람에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볼이 벌겋게 트고 강한 지외선으로 눈병이 많다.

숙소에 알전구가 있으나 밤에도 불이 안 들어왔다.

그 옆에 놓인 팔각 성냥곽은 우리나라 50년대의 허접한 수준.

 

절에서 저녁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린다.

내일은 팅그리 행.

 

 

2002년 8월 5일 월요일 제12일 초모랑마 BC  올드 팅그리(定日)

 

흐린 날씨.

새벽 4시 쯤 겨우 잠이 들었다.

맑은 하늘에는 별이 총총.

 

아침 9시 출발, 올드 팅그리 12시 30분 도착, 초모랑마 호텔(주봉빈관)에 짐을 풀었다.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날씨가 따뜻한 이곳에서는 초모랑마와 함께  8203m의 초유, 8027m의 시샤팡마가 모두 뚜렷이 보인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산봉우리가 에베레스트라니!

감동이다.

 

휴식 후 오후에 시내 구경.

한자와 티벳어 간판이 볼 품 없이 매달린 거리에는 가난의 냄새가 진하다.

오이, 토마토를 사려는데 상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고르고 고른 끝에 겨우 오이만 8개 샀다. 

돈이 있어도 살 물건이 없다.

단층 8동으로 지어진 학교의 교실 앞면에는 중국 오성기가,

뒷면에는 모택동, 주은래, 장쩌민의 초상화가 붙어 있다.

낡고 허술한, 등받이가 없는 걸상에 2인용의 책상이 초라하다.

옆에는 군부대의 철조망이 이어져 있다.

비가 멎고 난 뒤로 날씨가 쌀쌀해졌으니 티벳의 마지막 밤도 추위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2002년 8월 6일 화요일 제15일 장무  네팔 카트만두

 

아침 8시 출발.

니얄람에서 여권 검사 후 오른 쪽으로 돌면 풍경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팅그리에서 장무, 코다리로 이어지는 짙푸른 녹색의 큰 나무들, 골골이 쏟아지는 엄청난 수량의 폭포,

까마득하게 높고 깊은 계곡.

때때로 폭포수에 맞으며 그 안쪽을 달리며 티벳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동양화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것을 보려고 고원을 거쳐 히말라야를 넘으면서 네팔로 나오는 일정을 잡았었다.

 

12시 20분에 해관(입출국관리사무소) 도착, 출국 수속에 짐 검사.

시계를 2시간 15분 늦추었다.

중국 해관 앞은 업무가 중지되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의 긴 점심시간을 피하려는 여행자와 짐꾼들,

택시 기사며 환전상들로 아주 혼잡했다.

중간에 돌아가려는 기사를 달래 우정교까지 차를 타고 가면서 팁을 더 얹어 주어야 했고

폭우로 길이 끊어진 곳에서는 처음 흥정과 달리 돈을 더 달라는 짐꾼과 한동안 실랑이를 해야 했다.

여권 제시, 사진 1장에 입국 서류를 쓰고 30달러 비자비를 내면서

입국 수속은 간단히 끝났지만 택시 2대에 분승, 

카트만두까지 가기로 했던 택시와 

길이 끊어진 곳에서 또다시 시작된 흥정, 갈아탄 카트만두 행 택시에서 다시 겪은 피곤한 일 들.

국경 지대의 폭리와 불친절, 탐욕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기사 나와 때문에 돌치와도 서먹하게 헤어졌다.

그동안 좋은 분위기에서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끝판에 무엇이 그의 마음 상하게 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점심도 못 먹은 채 여전히 고산증으로 힘들어하는 일행 한 사람을 조기 귀국 시키려 항공권을 수소문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추천 받았던 게스트하우스, 짱에는 방도 없는데다가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실망.

미안했지만 예약을 취소했던 민박집에 다시 연락, 픽업 서비스를 받고 들어와 짐을 풀었다.

 

한식 식사 3끼가 제공되면서 2인 1실로 1인 하루에 15달러.

이곳은 왕궁 뒤편의 중류층 동네, 번화가인 타멜까지는 좀 멀지만 조용하고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베란다가 있는 3층은 햇볕이 좋다.

티벳에서는 고산증으로 힘들었고 내 몸 하나 추스르기도 벅찼다.

 

2002년 8월 7일 수요일 제16일 카트만두

 

밤에는 비가 많이 오고 천둥 번개가 요란했다.

숙박비를 선불하고 귀국 항공권 리컨펌 비용으로 4달러 지불.

 

오후에는 이곳이 초행인 사람들과 파슈파트넛(75루피)으로 갔다.

머리를 삭발한 상주는 불붙은 짚더미를 들고 시체 주위를 몇 바퀴 돈 뒤에 장작에 불을 붙인다.

주변에서 주검 6구가 타고 있는데 바람이 종잡을 수 없이 불어서 냄새를 피해 다녀야 했다.

여전히 모델료를 외치며 돌아다니는 사두들에 한가로운 구경꾼들과 장삿꾼.

그 앞의 냇물에서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밤에는 민박집 주인의 안내한 민속공연을 보러 갔다. 1인당 15달러.

의상이나 움직임도 단조롭고 짧지만 네팔 정식을 먹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여러 전채 요리 끝에 달밧카리가 나온다.

밤거리는 검문이 심했다.

 

 

2002년 8월 8일 목요일 제17일 카트만두

 

아침 일찍 왕궁을 한 바퀴 산책하는데 1시간 걸렸다.

무장한 군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서 서 있는 담 쪽의 보도블록은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

다국적 얼굴의 군인들이 단체로 구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침 식사 후에 국립 박물관에 다녀왔다. 입장료 50루피.

관리도 엉성하고 유물도 빈약한데다가 오가는 길이 더럽고 좁아서 국립이라는 명칭이 무색했다.

들어 갈 때는 소지품을 보관해야 한다.

 

점심 식사 후, 혼자 외출.

‘아이스 앤 화이어’에서 오랫만에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면서 기분이 좋았다.

한 구석 키 큰 화분 사이에서 책을 읽고 생각하며 마음 정리.

 

 

2002년 8월 9일 금요일 제18일 카트만두

 

흐린 날씨.

아침 일찍 스왐부넛(50루피)에 구왕궁(200루피)을 거쳐 꾸마리 사원에 들렀다가

앗산 시장을 지나 타멜거리로 돌아다녔다.

 

 

왐부넛에서는 나무가 많은 한적한 이 도시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입장료 50루피씩, 택시 요금은 60, 40루피로 오갈때가 달랐다.

입구에 자리 잡은 부탄인 스님에게 손금을 보이면서 알아서 달라는 복채로 100루피.

 

구왕궁의 박물관은 입장료 외에 1인당 250루피를 또 내야 한다.

꾸마리 사원에서는 40루피 헌금을 하고 꾸마리 알현.

 

여기 택시에는 미터기가 달려 있지만 시가지를 벗어나 목적지에 빨리 가려면 흥정을 하는 것이 낫다.

미터기를 꺾어도 어디로 어떻게 해서 도는지 왕복 요금이 각기 다르니 택시 타기에 신경 쓰인다.

과일을 사려 해도 많이 깎아야 한다. 민박집 안주인도 외국인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려는 풍토 때문에

시장에 가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가 실제보다 잘 사는 나라로 알려지면서 누구나 코리안 드림을 꿈꾼단다.

그가 다니는 국립 바하반둘라 대학교 어학당 교수도 한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했다. 

 

밤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호텔의 레드 오니온 재즈 바에 갔었다.

티벳에서는 고산증 때문에 자제했던 술을 마시며 여행 쫑파티.

악보도 없이 ‘서울의 찬가’를 연주해 주는 기동성과 재치에 놀라고 즐거워서 악단에 팁 지불.

밤에 할증이 붙는 택시비는 운전수 마음.

 

 

2002년 8월 10일 토요일 제19일 카트만두  상해  인천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이 나라 국조인 까마귀가 떼 지어 몰려다닌다.

오늘은 귀국일.

민박집 주인에게 물어 하루 쓸 돈을 정리하고 재환전. 1달러에 77루피씩 계산을 해 준다. 1루피 약 16원.

밤 비행기이니 저녁밥은 그냥 먹으라는 말을 하지만 일반 호텔의 첵크 아웃 시간을 생각해서 

그것까지 계산을 끝냈다.

 

아침 8시 30분 박타푸르 행.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정교한 목공예기술이 돋보인다.

중세에 들어온 기분.

나타폴랴 5층탑의 2층에서 해바라기를 하면서 느긋하게 보냈다.

 

 

 

오늘 숙소의 점심은 김치수제비. 26살 네팔인 젊은이, 라모는 김치도 맛있게 담글 줄 알고 국도 잘 끓인다.

안남미보다 다섯 배 비싸다는 일본쌀로 지은 밥은 맛있었다.

티벳에서 빠진 몸무게가 여기서 며칠 만에 회복되었다.

 

휴식 후 저녁 식사.

밤 9시 30분, 민박집 주인이 봉고로 공항에 데려다 주었다.

12시 출발하여 상해에 도착하니 새벽 5시.

여기서 7시간을 대기한 후에 낮 2시 45분 비행기를 타야 한다.

 

 

2002년 8월 11일 일요일 제20일 상해  서울

 

상해 공항에서는 출국 카드를 보인 후에 탑승권을 받고

1시간 30분 비행 끝에 인천 도착.

'5. 티베트, 네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벳 2  (0) 2010.02.12
티벳 1  (0) 20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