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얀마

미얀마 2

좋은 아침 2010. 1. 15. 11:30

1월 8일 (화요일) 제6일, 버간 2

 

버간 냥우의 새벽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아침 공양에 쓰는 예쁜 꽃을 파는 가게도 많아서 색색의 과일과 어울려 아주 화사했다.

여자들 옷이 편해 보이기에 우리도 입어보려고 블라우스인 인지, 긴 스커트 롱지를 2000짯에 사고 

그들이 신는 슬리퍼 한 켤레를 600짯에 샀다.

시장에서 만난 쓴외는 우리 짐을 받아 자기 자전거에 싣고 먼저 갔다.

올드 버간과 달리 그 유적지를 정비하기 위하여 거기 살던 사람들을 이주시킨 곳은 신 버간. 

버스터미널과 시장이 있는 번화가는 냥우로 부른다.

 

이 나라에서는 자주색 가사를 걸친 뽄지(남스님)과 분홍색 가사를 걸친 띨라신(여스님)의 공양 행렬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침 일찍 거리에 나와 앉아 있다가 줄지어 공양 나온 스님의

밥그릇에 음식을 바치는 사람은 현세와 내세의 복을 빌고

그걸 받아 가는 스님은 그들에게 복을 베풀면서 남은 음식은 끼니를 굶은 사람에게 나눠 준다하니

모두가 행복한 아침.

 

쓴외는 뜰로 내 놓은 식탁에 아침 식사를 차려주었다.

안남미 쌀밥에 고기 장조림, 생 야채와 달걀 후라이. 후식으로는 미얀마 커피.

초록빛 정원, 빨간 색 테이블보가 깔린 식탁에서 먹는 아침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에게 점심용으로 사온 감자와 옥수수, 달걀을 내밀었더니

큰 냄비에 삶아서 피크닉 통에 얌전하게 담아 주었다.

식구들은 우리가 입은 미얀마 전통의상을 보고 잘 어울린다며 아주 흐뭇해했다. 

우리도 즐거웠다.

 

9시에 픽업 나온 마차(미흘레, horse car)로 파고다 순례 시작.

버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이며 파간 왕조 초기 불탑의 전형을 보여 준다는 쉐지곤 탑에서는 

나비 브로치를 달아 주면서 부처님에게 금박을 입히라 조르는 아이들에게 200짯을 주고

이번 여행이 잘 끝나기를 빌었다.

이어 ‘우산이 선택한 왕’의 전설을 가지고 있는 띨로민노 사원,

스님들의 수계식이 있던 우뻘리 떼인,

바닥에 그림을 새긴 타일이 아름다운 아난다 사원을 보면서

올드 버간에서 제일 높은 탓빈뉴 사원,

부처가 득도한 인도의 보드가야를 모방하여 지은 마하보디 사원을 거쳐서

버간 최초의 파고다로 강변의 전망 좋은 위치에 있는 부파야 탑에

‘경의를 표하는 단’의 뜻을 가진 흰색의 고도팔린 사원,

버간 왕조의 마지막 탑인 밍들라제디며

전통 공예 마을에 있는 마제티와 부처님의 생애를 그린 벽화가 있는 구바욱지 사원,

멕시코의 테오티와칸을 닮은, 벽돌로 지은 담마양지 사원을 보면서

버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5층탑 쉐산도의 테라스에서 일몰을 기다렸다. 

이 중에서 쉐지곤, 아난다, 탓빈뉴, 담마양지는 가장 아름다운 4대 파고다로 손꼽힌다.

 

일몰 시간이 되면서 버간의 모든 순례자들이 쉐산도에 모여들었지만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

기대했던 일몰을 놓쳤다.

오늘 horse car 마부는 젊은 남자, 킨소야.

명랑하며 서양의 팝송을 즐겨 부르는 낙천적인 젊은이였다. 

 

 

 

 

 

저녁은 단테 호텔 근처의 차이니즈 식당 ‘Hta Gyi’에서

카욱쉐 쀼 (닭고기 국수)와 터민부(볶음밥), 야채 볶음으로 해결.

음식 맛도 좋고 사람들이 친절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문 앞에 쓴외가 나와 있었다.

미안하게도 저녁 준비를 해 놓고 오랫동안 기다렸단다.

거기에 아침에 밖에 널어 놓은 빨래를 참하게 개켜 놓은 것 등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내일 뽀빠 산을 본 다음 인레 호수로 가려던 계획은 우리를 감동시켰던 쓴외 때문에 수정, 

버간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모레 인레 호수의 입구인 쉐냥까지 가는 버스표 예약을 매니저 지수에게 부탁했다. 1인당 1700짯.

 

 

1월9일 (수요일) 제7일, 버간 3

 

구름이 약간 낀 좋은 날씨.

오늘 아침에는 냥우의 시장 풍경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언니 때문에 일정을 늦게 잡았다.

아침 식사 후 시장에 들렀다가 예약한 차를 타고 뽀빠산 다녀오기. 

냥우에서 부정기적인 버스가 다닌다. 편도 200∼300짯.

도로변에서는 사탕야자 줄기에서 나온 원액으로 만든 미얀마 전통주 ‘탕이’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꽃의 산’이라는 뜻의 뽀빠산(Mt. Popa)은 버간에서 차로 1시간 거리, 50km. 

대절한 택시 기사에게는 왕복에 대기 시간까지 3시간에 15달러를 지불했다.

해발 737m로 ‘미얀마의 올림푸스’라 부르는데 이곳은 멀리서 보는 풍경이 더 좋다.

산 아래에서 신발을 벗고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600개의 계단은

이곳에 진을 친 원숭이들의 배설물로 악취가 났기 때문.

뽀빠산은 미얀마인들의 토속신앙인 ‘낫’의 본거지로 4월에는 ‘낫 축제’가 열린단다. 

 

 

차이니즈 식당 ‘Hta gyi’에서 점심.

거기서 만난 우리 숙소의 터키 여행자 율리아는 내일의 불탑 행 마차를 1000짯에 예약했단다.

거리에 마차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직접 흥정하는 것이 더 싸다.

 

오후에는 비가 왔다.

특별한 일정 없이 숙소에서 쉬고있는데 쓴외가 옥수수 6개를 삶아 가지고 왔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은 입이 심심한데 이 가시나가 또 예쁜 짓을 했네.

안채에서 쓴외가 올케와 노래방 기계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기에 우리도 먹을 것을 싸 들고 들어가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는 쓴외의 어머니며 퇴근한 오빠와 지수까지 노래방에 합류하고

파고다를 돌고 온 율리아도 가세하면서 우스크달라에 아리랑까지 떼창.

단조로운 음악과 조신한 언행의 이 사람들 노래방 분위기는 우리의 끼어 들면서 금세 달라졌다.

 

 

쓴외는 지금 25세로 만달레이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란다.

졸업시험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16세 때에는 띨라신(여승)으로 1년을 지냈다고.

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시고 지금은 엄마, 오빠 내외에 조카 둘과 같이 산다.

아시아에서도 최빈국에 속하는 이 나라에서 딸을 대학에 보낼 정도이면 잘 사는 집 같은데

어둡고 스산하게 정리가 안 된, 먼지 내려앉은 거실에 최소한의 살림살이 밖에 없는 부엌을 보면 그

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준비했던 우리 태극선을 선물로 주었더니 

쓴외는 이곳 버간의 명물인 칠기 접시 똑같은 것을 3개 사서

뒷면에 우리의 영문 이름과 자신의 이니셜을 써서 주었다.

그 마음이 고맙다. 

오래 오래 미얀마를 기억하는 물건이 될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소박하고 친절하다.

음식점이며 시장에 놓고 온 물건을 뒤따라와서 돌려주던 사람들.

늘 바나나를 샀던 가게의 큰 소리로 웃으며 맞아주던 주인 아줌마.

말을 붙이면 수줍어하면서도 친절하게 응대하는 사람들이며

눈이 마주 치면 먼저 웃는 순한 얼굴들.

그러나 등교 길, 초록색 롱지 교복을 입은 학생의 가방 안에는 조잡한 종이로 만든 한 권의 교과서와 공책,

낡은 철필통에 볼펜 한 자루, 3cm 정도의 몽당연필 한 자루가 전부였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여기서도 보는 것 같다.

숙소의 전기 스위치는 금성 전기, 에어컨도 금성, 안채의 텔레비전은 삼성.

 

내일은 아침 5시에 쉐냥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야 한다.

쓴외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다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니 걱정말라, 조용히 떠나겠다고 의사 전달.

 

 

1월 10일 (목요일) 제8일, 버간 → 쉐냥 → 냥쉐

 

새벽 3시 30분 기상.

지수의 육성 모닝콜에 쓴외, 올케까지 일어났으니 모두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짐을 가지고 로비로 나가니 쓴외는 삶은 달걀 6개와 바나나 한 송이를 싸놓고 기다렸다.

뜨거운 물을 부탁하여 미숫가루를 타 마시는데 설탕이 부족해 보이자 점심까지 먹으라고

큰 봉지에 넉넉하게 싸주었다.

그 동안 식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숙소 앞에서 탄 미니버스는 글자 그대로 미니.

좌석 아래에 짐을 넣기 좋게 만들면서 시트를 고정하지 않아 차의 롤링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니

덩치 큰 서양인이 옆에 앉을 경우 커브길을 만나면 구석으로 쳐 박힌다.

언니는 네덜란드 여자와 짐 때문에 옥신각신하다가 자리를 옮겼다.

 

길가 마을 모습이 한가롭다.

사람들은 습기를 피하기 위하여 1층은 가축우리로 쓰고 2층에서 산다.

날이 밝아지면서 교복을 입고 알미늄 도시락 통을 든 아이들이 줄 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랜 시간의 버스 여행이라서 걱정했던 휴게소 화장실은 생각보다 깨끗.

고도가 높아지면서 안개가 끼고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시계는 30m 정도로 뿌옇다.

차는 포장이 깨진 비탈길을 힘들게 달려 1300m가 넘는 깊숙한 산으로 들어 왔다.

고장 나면 고치고 식사 때라서 쉬고 사람을 태우고 내리기 위해 또 쉬면서 얼마 되지 않는 

길을 무려 12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우리 버스의 종점은 따웅지. 중간 비행장이 있는 마을 이름은 혜호, 인레 호수로 들어가는 분기점은 쉐냥. 

인레 호수가 있는 마을은 냥쉐.

쉐냥에 내려 냥쉐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려 했더니 손님을 기다리던 버스 기사가 20분 거리라며

1인당 300짯씩 내라고 했다.

인원이 차면 50짯에 가는데 싶어 기다리다가 150짯으로 내려 부른 버스에 탔다.

한 떼의 서양인들은 택시를 타고 갔다.

 

냥쉐는 수로의 도시. 들어가는 길옆으로 물길이 이어진다.

한적하고 조용한 해발 1328m의 고원 마을로 샨 주의 아름다운 산들에 둘러 싸여 있다.

 

숙소를 Gipsi로 잡을 생각이었지만 동승했던 한국의 젊은이들이 Pyi로 간다기에 따라 갔다. 

두 개의 방값이 이틀 동안 15달러이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싸다.

 

나중에 보니 Gipsi는 호숫가에 있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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