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3일부터 17일까지 15일간 언니와 여행 친구 한 사람, 모두 세 명의 미얀마 자유여행을
기록한 여행일기입니다.
중국 실크로드 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오면서 우리나라 여행 문화에 질려서
처음으로 개별 자유 여행을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때는 필름 시절의 여행으로
원판은 없어지고 인화해 놓은 사진도 변색되어 자료로 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에
아예 여행일기를 올려놓았습니다.
미얀마는 비자가 필요한 나라.
한남동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에서 체류 4주간의 관광비자비 25000원을 지불하고
여권과 사진 3매에 입국 신고서를 작성, 제출한 다음 이틀 후에 비자를 받았다.
비자 신청은 오전 11시 50분 이전에 해야 한다.
비자를 찾으면서 그 옆에 판매용 미얀마 달력이 있기에 1개 구입.
달력 사진에 나오는 소수 민족들의 전통복장이 아주 화려하다.
이번 여행에 기대가 커진다.
1월 3일(목요일) 제1일, 출발
타이 항공으로 10시 출발, 오후 4시 25분 방콕 도착, 6시간의 비행.
현지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두 시간 늦은 2시 25분.
네 시간 동안 대기 후 다시 타이 항공으로 환승, 출발.
한 시간 걸린 3시에 미얀마 양곤 도착. 시차가 다시 30분 늦어졌다.
외국에서 온 여행자(FIT)는 입국할 때 공항에서 의무적으로
1인당 200달러를 FEC(Foreign Exchange Certificate)로 바꿔야 한다.
출국할 때 남은 FEC는 달러로 재환전이 안 된다.
200달러를 내미니 10FEC 2장과 20FEC 9장을 주었다.
달러와 FEC는 1:1 환율.
밍글라바(안녕하세요?)
현지교포 도니의 마중을 받았다.
신촌에서 12월에 있었던 '미얀마 여행 소개 모임'으로 처음 만난 사람이다.
관광 성수기라서 미처 방을 못 구했다기에 그의 집에 머물기로 하고 택시 이동,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다운타운인데도 전기 사정이 안 좋은지 거리는 어둡다.
'Seven Restaurant'에서 hot pot( 어묵과 야채, 두부 등을 넣은 샤브샤브)를 먹고
‘Mr. Quitar’로 가서 생맥주를 마시며 미얀마 제일이라는 보칼의 라이브를 들었다.
호소력 있는 가창이 인상적.
도니에게 미얀마에 대한 정보 몇 가지를 들었다.
이 나라는 군 장성에 한하여 일 년에 몇 대씩 자동차를 수입할 수 있는 특권을 주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돈이 있어도 새차를 구하기 어렵고 그러면서 중고차 값도 아주 비싸단다.
소수의 군벌이 지배하는 부패한 사회,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닫힌 사회라는 것.
민족 독립을 외치는 카렌족 등은 미얀마 실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큰 이슈가 되지만
이는 미국과 영국이 만들어 낸 식민 지배의 유산으로
대다수인 버마족을 무시하고 정략적으로 소수 민족을 키운 것이 이제와서 문제가 되었다고.
135개의 민족들이 각각 고유한 언어를 쓰는 이 다민족국가에서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꾼 것은 국민 화합 차원이라고했다.
1월 4일 (금요일) 제2일, 양곤 → 만달레이
아침 일찍 근처의 시장을 돌았다.
싱싱한 꽃과 채소를 좌판에 놓고 파는 사람이 많다.
렌터카가 늦게 오는 바람에 오늘 버고 일정이 바빴다.
버고의 중심에 있는, 미얀마에서 가장 높은 114m의 금빛 화려한 쉐모도 탑,
미소를 띤 채 누워 있는 부처, 쉐딸라웅은 1인당 입장료가 2달러.
사각 기둥 네 면에 좌불상이 조각되어 있는 짜익푼 탑을 거치면서 시간이 촉박하여
엉망으로 패인 길을 마구 달려서 양곤에 돌아왔다.
시간이 없어 버고에서 가장 중요한 황금바위, 짜익티요 탑은 지방에 다녀 온 후로 미뤘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달레이 행 버스를 예매하려 했지만 Leo Expess는 매진.
다른 버스회사에서 4시 30분에 출발하는 만달레이 행 야간 버스표를 샀다. 요금은 1인당 2500짯.
환전하려고 보족쩨 시장에 들렀지만 오늘은 독립기념일로 휴점이어서 도니의 도움으로 길거리 환전.
1FEC에 690짯. 100짯은 우리 돈으로 거의 190원이니 예상했던 740짯보다 환율이 아주 낮다.
1달러는 FEC보다 나은 710짯(2002.1 현재).
그러니 숙박비나 공항 이용료, 관광지 입장료는 FEC로,
소소하게 쓸 돈은 달러를 직접 짯으로 환전하되 1000짯, 500, 100짯의 소액환으로 받는 것이 좋다.
달러를 받는 곳도 있는 데다가 인플레가 심하니 환전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하는 것이 유리하다.
환율은 양곤이 제일 낫단다.
미얀마 지폐는 필요 이상으로 크고 부피도 꽤 되는데다가 만지기 싫을 정도로 더럽다.
근처 릴라 식당에서 점심으로 담바우 먹기.
만달레이 행 버스는 낡고 차 안은 어둡다.
쿳션이 없는 좌석은 간격도 좁은데 내 앞의 남자는 시트를 있는 대로 눕혔지만
내 것은 뒤로 넘어가지 않으니 너무 불편.
언니는 옆에 앉은 분홍색 가사의 여스님과 친해져 서로 기대어 잤다.
현지인이 대부분인 승객들은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휴게소의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 무얼 사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대추 야자(씨디)를 사서 깎아먹으며 간단히 해결.
1월 5일 (토요일) 제3일, 만달레이 1
미얀마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던 만달레이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터미널에서 ET G.H 피켓 든 남자를 만나 그의 차로 숙소에 오면서 숙박비와 차 렌트 흥정.
그러나 도착한 숙소에서는 삐끼의 말과 중국계 매니저의 말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다시 흥정,
한참동안 실랑이를 해야 했다.
지방으로 떠날 때 양곤의 도니는 기사 탈린 렌터카의 경우
아침 8시부터 저녁 6∼7시까지 이용하면서 기사에게는 점심을 사 주되 이들의 시간지연작전을 조심하라 했다.
10시부터 삥우루잉(메묘) 관광.
렌터카의 우리 기사, ‘튈림’은 잠을 쫓기 위해서라며 계속 '꿍(인도의 빤과 같은 일종의 환각제)'을 씹었다.
그러면서 치열은 엉망, 가끔 꿍에서 나오는 뻘건 침을 뱉어내는 모습이 끔찍하다.
낡은 빨간색 닛산은 모든 계기판이 고장, 백 미러도 없고 자주 시동이 꺼졌다.
뻐똑이라는 이름의 조그만 폭포를 지나 예쁜 이층집들이 볼만한
영국 식민 시대의 피서지, 'Pyin Oo lwin'을 돌았다.
'National Kandawggi Garden'은
호수와 그 주변을 꽃과 나무로 장식한 예쁜 공원.
오후 5시 돌아오는 길에는 만달레이 성을 지나면서 그 멋진 성벽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垓字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날아갈 듯한 건물의 선이 아름답다.
성 뒤쪽의 만달레이 힐도 보인다.
만달레이 성은 2차 대전 당시의 화재로 전소된 것을 현재 복원하는 중이어서 5달러를 내고 들어가기는 아깝고
만달레이 힐의 Sun Set은 사가잉 언덕보다 못하다던 도니의 말을 참고하여
처음 예정에서 만달레이 일정을 하루 줄였다.
밤에는 인형극, ‘Mandalay Marionettes And Cultural Show’을 보러 갔다.
공연이 있는 ‘Garden Villa Theatre'는 세도나 호텔 옆. 관람료는 1인 3달러.
숙소에서 그리 멀리 않은 듯해서 걸어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동안 헤맨 끝에 결국 택시 승차. 왕복 택시비 1400짯.
1시간 동안 이국적인 전통 악기와 음악, 춤, 인형극을 구경했다.
인형의 눈동자와 입술, 손가락 마디마디의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인형극은 감동적.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은 오랜 수련 과정을 거친 듯 손동작이 아주 현란했다.
20석 정도의 소극장 관객은 거의 서양인.
튈림과 내일 일정인 민곤섬과 사가잉, 우베인 다리를 다녀오는 차 렌트비 흥정.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추웠다.
10월에서 2월 중순까지는 여행의 최적기라기에 늘 더운 나라라는 생각으로 여름옷을 많이 준비했었다.
1월 6일 (일요일) 제4일, 만달레이 2
아침에는 정전이 되어 내내 촛불을 켜 놓았다.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호텔의 아침 식사는 바나나 1개, 토스트 3쪽, 오믈렛과 커피.
미얀마 인스탄트 커피는 양도 많고 너무 달다
내일 버간 행 Express Boat 티켓 예매를 매니저에게 부탁, 1인당 18달러로 모두 54달러 지불.
민곤 섬으로 가는 9시 배를 타기 위해 8시 30분, 튈림의 차로 선착장까지 이동. 1시간 걸려 섬에 도착했다.
한 배의 승선 인원은 10명 안팎으로 선박 운임은 1인당 500짯. 민곤섬의 입장료는 1인 3달러.
파고다 입구에서 맨발로 가파른 계단을 걸어 꼭대기에 오르니 강변이며
근처의 집들이 만들어 낸 이국적인 풍경이 아주 멋졌다.
민곤 탑은 세계 최대의 미완성 파고다.
1839년의 큰 지진으로 군데군데 갈라지면서 벌어진 틈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서 있는 하얀 사원은 신쀼메.
수미산을 상징하는 탑까지 긴 계단이 이어진다.
민곤 종에서는 현지인들처럼 종을 세 번 치고 소원을 빌며 비구니 스님에게 시주했다.
파고다에서 소달구지를 얻어 타고 선착장으로 나와 다시 승선.
이 나라의 특색 중 하나는 물 보시.
오가는 행인들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대문 앞에 물 항아리를 내 놓았다.
또 한 가지는 남자 어른을 빼고는 모두가 얼굴에 다나까를 바르는 것.
다나까 나무 토막을 갈아서 물에 개어 바르면 자외선을 차단하여 피부를 보호해준단다.
만달레이로 돌아 와 게스트 하우스 근처의 방콕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쩻다 카욱쉐 쀼, 볶음면에 반찬 몇 가지를 골라 한 접시 시키고 후식으로는 파파야 한 쪽.
음식은 향이 강하지 않아 먹을 만하다.
진열되어 있던 미얀마 럼을 한 병 샀다.
미얀마에는 중국계가 경영하는 숙박업소나 식당이 많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와 바고의 짜익띠요 파고다, 만달레이의 마하무니 파고다는 미얀마 불교의 3대 성지.
그 중 마하무니의 불상은 석가모니 부처의 초능력을 직접 받았다는, 라카인의 성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불상을 살아있는 석가모니 부처로 여기는 스님들은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불상의 얼굴을 씻기는 경건한 의식을 진행한다고 했다.
‘아침마다 세수하는 부처님’을 보는 사원 입장료 4달러.
불상은 긴 세월, 금박을 붙이면서 기원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 원래의 모습을 잃고 두리뭉실해졌다.
절 안내를 자청한 스님은 끝 무렵, 1인당 10달러의 시주 요구.
입장료 4달러 내고 들어간 이라와디 강변의 사가잉(Sagaing) 언덕은 숲속의 400여 개 파고다가 아름다웠지만
5시 20분부터 시작되는 우베인 다리의 일몰 시간에 쫓겨 차로 잠깐 돌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곧 이라와디 강을 건너 아마뿌레야로 이동.
타웅타만 호수 위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목조의 이 긴 다리를 건너 환상적인 일몰 속으로 들어갔다.
다리 끝까지 천천히 걷다가 돌아 오니 튈림은 약속 시간에 늦은 우리가 걱정되었는지 다
리 입구까지 마중을 나왔다. 감동이다.
석양을 즐기는 현지인들도 많았다.
내일은 버간 행 배를 타기 위하여 호텔에서 새벽 5시 출발 예정. 선박요금은 16달러.
매니저는 보트 스테이션까지의 센딩 요금으로 1인당 2달러를 받았다.
1월 7일 (월요일) 제5일, 버간 행 , 버간 1
만달레이에서 Bagan까지 8시간.
이라와디 강변, 새벽 6시 50분의 Sun Rise는 시뻘건 불덩이가 순식간에 떠오르는 장관 연출.
이른 아침, 강가의 불 밝힌 노란 색의 파고다들, 정물처럼 떠 있는 고깃배와 언덕 위의 집들,
구름 한 점 없는 수평선에서 떠올라 사방으로 퍼지는 햇살은 환상적이었다.
10시간의 뱃길은 볼거리가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중간의 기착지마다 동네 사람들이 구경 나오고 장삿꾼들은 물속을 걸어 와 뱃전에서
과일이나 그들이 집에서 직접 직조했다는 천을 팔았다.
오후 5시 넘어서 버간 선착장 도착.
삐끼들이 나와 있었지만 미리 조사해 놓았던 숙소, ‘샨옌예익’을 찾다가 모두 놓쳤다.
할 수 없이 가파른 언덕에 짐을 들고 올라와 버간 입장료 1인당 10달러를 낸 후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타고
냥우 길가에 있는 숙소에 찾아 들어왔다.
이틀 일정의 트리플 23달러로 숙박계를 쓴 다음 주인집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 저녁식사.
오너의 여동생, 쓴외는 라면에 달걀도 넣어 주고 따뜻한 밥에 고기 장조림, 토마토와 브로콜리도 챙겨 주었다.
우리는 답례로 로비에 나와 있던 그 집 식구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했던 선물을 나눠 주고.
매니큐어, 립스틱에 귀걸이 등 악세사리가 이들에게도 최고의 선물.
내일 버간 파고다 일주를 위하여 매니저 지수를 통해 3000짯에 마차를 예약했다.
버간은 조용하고 정감이 가는 마을.
유네스코 지정 인류문화유산으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 인도네시아의 보르보르드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성지이자 최대 불교문화유적지이다.
앙코르왓은 건물의 크기로, 미얀마 버간의 불탑은 그 숫자로 비교된단다.
그러나 지진과 이민족의 침략에 이은 약탈, 2차에 걸친 영국과의 전쟁에서 많이 파괴되어
지금 버간에 남아 있는 탑은 2500여 개.
이라와디 강 동쪽의 광활한 평야에 흩어져 있는 이 파고다는 미얀마 최고의 구경거리로
왕이나 귀족을 중심이 되어 현세의 공덕으로 더 나은 내세를 바라는 기원이 이렇듯 수많은 탑을 쌓게 했다.
버간은 천 년 전 파고다 건설의 황금기였던 버마족이 세운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국 수도였다.
우마차, 자전거를 이용하여 여유 있게 돌아보는 것이 좋다.
자전거 대여 1일에 300-400짯. 마차 일주는 1000∼3000짯 정도.
입장료는 10달러, 날짜 제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