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내 블로그 상에 이 파트가 최신글로 올라왔네요.
코로나 19 와중에 'Well-dying'를 생각하면서 30여 권의 여행사진 앨범을 모두 폐기 처리했지요.
그러면서 아쉬운 인물 사진 몇 장을 기존의 글에 추가로 올렸더니
2013년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의 경우, 조금 길어졌고
그래서 둘로 쪼갰더니 트레킹 - 2가 새 글로 등록되었네요..
지금 상황에 웬 ABC 트레킹? 싶어서 사족으로 올립니다.
오늘도 이정표를 따라서
계속 걷습니다.
도반(2590m)을 지나
히말라야 롯지(2900m)에 도착할 무렵에는 기온이 확 달라졌습니다.
여태까지의 초록 풍경은 사라지고 회색빛 빙하가 나오기 시작했네요.
데우랄리 계곡(3200m) 부터
산세는 한층 더 날카롭고 험해집니다.
계곡을 지나 온 길을 되돌아보니 구불구불한 물줄기, 무디 콜라(무디 강)의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들이 보입니다.
눈이 쌓인 저 계곡에서는 가끔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눈사태가 일어났지요.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3700m)에서
잠깐의 휴식 후
다시 걷는 하얀 신세계!
서로 격려하면서
막바지 기운을 모두 끌어내는 순간,
와, 8091m의 안나푸르나!!!!!!!!!!!!
그 앞으로 파란 지붕의 숙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가 보입니다.
포터 비커스와 라므까지도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벅찬 감동을 추스르며 산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타르초 근처,
히말라야 원정대 추모비를 찾아 나섰습니다.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발하는 도중에 조난 당한
우리나라의 박영석 대장과 그 대원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천상에서도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을 그대들이여,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이곳에서 산이 되다....................'
거친 바람 소리와 눈사태의 굉음만 들리는 히말라야, 이 적막한 땅에서 그들은
안나푸르나를 향한 전설이 되어 영면에 들었습니다.
히말라야 15좌 완등, 7대륙 최고봉 완등, 남극점과 북극점 원정에 성공하여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 슬럼을 달성한 영광의 산악인, 박영석.
그 거인이 그대로 스러졌습니다.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지요.
주변에는 산에 오르던 사람들이 안전을 기원하며 쌓아놓은 작은 돌탑이 많이 보입니다.
그들도 탑 하나 쌓고 갔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처연해졌습니다.
고산증 증세인 메스꺼움과 두통으로 잠 못 이루고 새벽에 밖으로 나오니
밤에 내린 눈 속에서도
당당했던 안나푸르나의 그 모습은
날이 밝아지면서 구름 속에 잠겼습니다.
그동안 수고했던 고마운 사람들,
왼쪽부터 명랑한 포터, 비커스와 늘 미소 띤 얼굴, 수크라에 책임감 강한 가이드 인드라,
수줍음 많던 라므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하산길, 다시 간드럭으로 내려와
숙소에서 쫑파티.
우리는 첩첩한 산을 넘고 넘어서 하루 7~8시간의 산길을 오르내리며 8박 9일 동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다녀왔습니다.
고산증에 대비, 다이아막스를 준비했지만 약을 먹지 않고도 잘 견디어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합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네팔의 '에베레스트 맥주'를 마시며 지난 며칠을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아! 그러나 이제는 안나푸르나와 헤어져야 할 시간.
내가 저 히말라야 속을 걸었다는 성취감과 그 추억으로
행복합니다.
자랑스러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완등 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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