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일정을 마치고 거제대교를 거쳐 거제도에 들어왔습니다.
이 섬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제일 기대했던 곳은 외도의 보타니아.
숙소인 거제도 자연휴양림에서 맑게 갠 하늘과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외도 행 선착장, 구조라로 가는 길입니다.
오래전 방한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지나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황제의 길'이라는 거대한 돌표지를 보며 벚나무 가로수의 멋진 길을 달렸습니다.
구조라 해수욕장을 지나서
도착한 구조라 유람선 터미널.
오늘은 유람선을 타고 20분 이동 후 선상에서 거제 해금강 돌고
10분 거리의 외도 보나티아에 상륙하여 2시간의 개별 관광 후
대기하던 배로 구조라 선착장에 되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유람선 요금과 외도 입장료는 평일과 주말, 성수기(7, 8월)에 따라 요금이 다릅니다.
유람선 탑승비 14000원, 예매 홈페이지 http://oedopang.com,
전화 055 634 0060으로 예약 가능. (주)상상 속의 여행사
신분증 지참 필수. 출발 30분 전 창구에서 선표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터미널 안내판에는 실망스럽게도
오늘은 바람이 강해서 해금강 선상 유람은 생략, 외도만 상륙 관광할 수 있다는 공지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넷 예약자는 할인된 요금으로 구입한 것이라서
차액 3000원은 환불해 줄 수 없다는 답변.
외도 행 유람선을 탈 수 있는 항구는 구조라 외에도 장승포, 지세포, 도장포와 다대선착장 등
몇 군데가 더 있습니다.
10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고
작은 어촌 마을인
구조라를 떠났습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섬, 외도의
선착장에 내려서 왼쪽 아래의 아치형 정문을 지나
'외도 광장'을 거쳐서
섬 구경을 시작합니다.
오픈 시간은 09:00~18:00, 입도 마감시간은 16시.
섬 전체에 천연 동백이 숲을 이루었고 아열대 식물인 선인장, 코코넛 야자며 병솔 같은 예쁜 꽃들이 가득합니다.
3천 여종의 수목과 꽃으로 이루어진 이 정원을 두고 사람들은 '한국의 파라다이스'라 부른다지요.
다도해의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아름다운 섬입니다.
공룡굴과 공룡바위 등 지방문화재에 섬 주위로 전천후 낚시터가 있습니다.
표지판을 보며 길을 따라갑니다.
노란색은 상행 코스, 파란색은 하행 코스입니다.
무성한 동백숲은
'분수대 삼거리'와
잘 자란 코코넛 야자들이 우뚝 서 있는 '코카스 가든'으로 이어집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나이키)' 같은 조각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으면서
이 정원의 나무, 꽃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었지요.
마치 그리스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비너스 가든'에는
맨드라미와 구절초에 라벤더 같은 이국적인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 계절의 '플라워 가든'도
여전히 화려했네요.
카페가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에서는
'플라워 가든'과
'비너스 가든',
하행길의 '천국의 계단'에
멀리, 오늘 가지 못한 '거제 해금강'이 보입니다.
오랜 세월, 파도와 해풍에 씻기면서 형성된 사자바위와 촛대바위, 신랑바위와 신부바위,
해골바위와 돛대바위 등으로 이루어진 해금강은
중국 진나라의 서복이 시황제의 불로 장생초를 구하려 왔다는 약초 섬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수십 미터 절벽의 만물상과 열십자로 드러나는 십자동굴은 가히 조물주의 작품!
사자바위 사이로 솟는 일출은 환상적이라지요.
파노라마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동심의 언덕'에서 말타기 놀이를 하는 꼬마들과
공깃돌 놀이 중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표정이 아주 사실적이어서 미소가 절로 나오는 동심의 세계였지요.
대형 화분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타일도 깜찍했네요.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지만
나와 함께 가자는 말씀도 없이 왜 그리 급히 떠나셨습니까?'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외도 보타니아의 설립자, 이창호의 부인이 쓴 망부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는
구절구절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바다낚시 차 외도를 찾았던 이창호는 태풍으로 하룻밤을 머물렀다가 이 섬의 풍광에 빠지면서 섬을 매입,
수십 년 동안 전 재산을 털어 이 '보타니아 가든'을 가꾸었답니다.
그러면서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지만
척박한 섬을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기까지 부부가 겪였을 수많은 좌절과 실패는 가늠할 수도 없었지요.
'메모리얼 갤러리'에는
서로 비슷하게 닮으면서 늙어가던 부부의 사진과
'비너스 가든' 앞에서 파티를 준비하는 즐거운 표정의 아내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멋진 세상를 뒤로 하고 그는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요?
거제 해금강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에덴 가든'과
소박한 교회도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렸네요.
'사랑의 언덕'을 지나
'천국의 계단'으로 내려가는 하행길.
기념사진 하나 남기고
대기 중인 유람선을 바라보며
'소망의 등대'로 내려가는 길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공원 안, '세상에서 가장 긴 의자'처럼 예쁜 모자이크 벤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 맞춰 배를 타고
등대를 지나 구조라로 돌아갑니다.
갈매기들은 여행자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몰려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