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한 번뿐인 퀸스 타운 행 아침 8시 출발 버스를 놓치고
비 내리는 프란츠 요셉 시내를 기웃거리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정에 차질을 생기면서 퀸스타운에 예약된 곤돌라와 루지 타기, 스카이 라인 레스토랑의 해물 뷔페 등은 포기.
예약된 호텔도 노 쇼가 되면서
오늘 프란츠 요셉의 숙소 요금과 내일 버스 요금이 추가로 지출되었네요.
여행 중에는 이렇게 한가한 날도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위로했던 날입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퀸스 타운 행 버스를 제대로 탔습니다.
부슬부슬 어제, 오늘 계속 비입니다.
폭스 빙하 마을을 거쳐 연어 양식장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출발.
휴게소 입구에는 고사리가 우리나라처럼 풀이 아니라 우람한 거목으로 서 있었습니다.
호주에서는 유칼립투스가 흔한 수종이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고사리 나무'가 지천입니다.
이 온대 우림에서는 모든 나무들이 다른 지역의 두 배 속도로 성장, 금세 4~5m의 거목이 된다네요.
8000만 년간 육지와 고립된 환경이 만들어 낸 독특하고 신비로운 땅입니다.
비와 안개에 젖은 풍경도 그런대로 좋았네요.
이 나라의 인구보다 더 많다는 양 떼가 초록빛 들판에서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이 이어집니다.
화웨아와 와나카, 와카티푸 호수를 지나면서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턴불 산을 보면서
퀸스 타운에 도착하니 3월 중순인 지금, 이곳은 가을입니다.
정갈하고 소박한 거리에는 붉게 물든 가로수가 보입니다.
퀸스 타운은 서던 알프스의 고봉으로 둘러싸인, 해발 580m의 고원도시.
이 호반의 도시에는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내려앉았습니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와카티푸 호숫가에는
이 도시를 건설했다는 윌리엄 길버트의 동상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많이 몰려왔습니다.
이 도시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 Shotover 스트릿에는 이 도시의 명물, 수제 버거를 파는 'Ferg Burger'가 있습니다.
우리 숙소, 'X Base Discovery Lodge'의 내 방 창문에서는 늦은 밤까지
그 가게에서 햄버거를 사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보였지요.
주말에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한답니다.
미국의 한 신문에 '전 세계 최고의 버거'로 소개된 일이 있다기에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다음날에는 평소 햄버거를 먹지 않는 우리도 오랫동안 줄에 섰다가
'Chief wiggum(14.99달러)'와 'The Fergburger with cheese(12.9달러)'를 샀습니다.
결론은 '햄버거가 이런 맛이라면 하루 세 끼라도 먹겠다'.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을 다녀온 후에는 다른 종류, 'Ferg Deluxe'를 샀네요.
크라이스트 처치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도 들렀지만 '지금은 준비 중'!
8시 30분에 오픈한다기에 서운한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귀국한 후에도 가끔 생각나는 햄버거입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밀포드 사운드(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 Fiordland National Park) 유람에 나섰습니다.
퀸스타운에서 4시간 10분, 291km 거리입니다.
총길이 16km인 이 공원의 아름다운 해안선, 14개 Sound(만, 灣)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밀포드와 아웃 풀.
둘 중 가장 북쪽에 있는 밀포드로 가면서 노스 마보라 강을 지나
테아나우 강변의 밀포드 로드로 들어서자
계속 내리던 비로 봉우리마다 실 폭포가 생기면서 여기저기에서 물이 쏟아졌습니다.
이곳은 연간 182일 비가 오는 온대 우림지역이랍니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이 멋진 풍경 앞에 서니 마음은 한없이 설레었네요
밀포드 사운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저 뒤쪽의 1692m, 마이터 피크랍니다.
그 옛날, 빙하가 빠져나간 깊숙한 U자 형태의 피요르드에 'Tasman Sea'의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주변 설산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캡틴 쿡은 항해 중, 이 길을 두 번이나 지나갔지만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서 볼 수 없었답니다.
1823년, 이민자인 한 어부가 발견한 후 웨일스에 있는 그의 고향 이름을 붙여 '밀포드 헤이븐'이라 명명하였고
전설적인 영웅 마오리가 죽음의 여신, 히네누이케포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
친구인 개똥지바퀴가 와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면서
'한 마리의 개똥지바퀴'를 뜻하는 마오리의 이름, '피오피오타히'도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Scenic Cruises', 1시간 30분.
여행자들은 탄성을 지르며 사진으로 추억을 담았습니다.
여기저기 골골에서 폭포 되어 쏟아지던 물줄기와
산허리에 걸린 구름들,
만 안을 돌아다니는 유람선도 모두 한 폭의 그림입니다.
'Stirilng Falls' 옆을 지날 때는
낙차 큰 폭포수가 뱃전을 덮치면서 선실 밖에 나와 있던 사람들 모두 물벼락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네요.
수시로 비를 뿌리던 날씨는 우리가 떠날 때에야 맑아졌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밀포드 사운드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요.
오랫동안 꿈꾸었던 곳에서 벅찬 감동을 안고 돌아섭니다.
우리가 탔던 유람선, 'Jucy Cruise'에는 한글판 관광안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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