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첫차(1班)로 총지앙을 떠나서 광시성으로 들어와 삼지앙(三江)을 거쳐 룽성에 왔습니다.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입니다.
7시 30분 쯤 휴게소 도착,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나온 듯한 길가의 간이식당에서
숯불로 구운 쇠고기에 찰밥을 곁들인 아침 식사는 아주 좋았습니다.
아주 맛있게 먹었기에 오래 기억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산 허리를 잘라 만든 도로는 우기를 겪으면서 산사태와 낙석으로
길이 차단되는 일도 잦았습니다.
삼지앙 근처에서는 다리 파손으로 차가 다니지 못해서
또다시 짐을 들고 진흙탕길을 걸어 넘어야 했지요.
총지앙에서 출발한 버스의 차장은 삼지앙 버스가 서 있는 곳까지 승객을 인솔,
승차를 확인하고 되돌아갔습니다.
며칠 전, 도지앙의 똑같은 상황에서 영동 행 버스 차장이 우리에게는 현지인보다 요금을 더 받은 일,
또 알아서 걸어가라 방치했던 일 등 곤란을 겪었기에
총지앙 차장의 일 처리가 돋보였습니다.
삼지앙에서 룽성에 들어갈 때는 우리가 시간을 잊고 점심을 먹던 식당까지
수소문해서 찾아온 매표소 직워니 이미 출발하여 놓친 버스를 삼륜차로 따라가서 승차하도록
도와준 일도 있었지요.
그들의 직업의식과 친절에 감동한 사건입니다.
정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 시간이 되면 출구에 인원을 보고하고 정확하게 출발하는 일 등으로
중국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무데서나 가래침을 뱉는 일, 공공장소에서 크게 떠들거나 담배를 마구 피워대는 것과
불결한 화장실 들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룽성에서 대채촌에 가는 미니 버스 승차, 35km.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버스 안에서 대채촌의 입장권을 살 수도 있습니다.
대채촌 금갱제전(大寨村金坑梯田, 따짜이춘 진컹티티엔) 입구에서
하차하면 숙소까지 대나무 바구니로 짐을 운반해주는 아오족 복장의 여자 짐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멀고 가장 아름답다는 3호 경관, 금불정(金佛頂)의 숙소로 가면서
캐리어를 이들에게 맡겼습니다.
원나라 초기에 시작, 청나라 초기에 완성된 이 계단식 논밭은
윈난 성의 웬양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제전입니다.
해발 300에서 1100m 사이, 산 아래부터 산의 정상까지 대부분 100층 이상으로 이어진 이 제전은
인간의 만들어낸 엄청난 업적으로
700여 년, 긴 세월 동안 척박한 이 산 비탈에 둑을 쌓고 바닥을 다져가며 수많은 논밭을 만들어낸
그들 조상의 눈물과 땀이 배인 땅입니다.
감동적이었네요.
금불정 바로 아래에 있는 우리 숙소는
시설이 다소 불편하고 모든 비품은 별도로 사야 하지만 사람들이 친절합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 깊은 마을은 너무나도 적막해서 마치 별세계 같았습니다.
아오족 주인아주머니가
투숙객들에게 직접 담근 독한 토속주를 내놓아 모두들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네요.
다음날 아침에는 제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1호 경관, 서산음소까지 걸어갔다가
논두렁을 밟으며 걸어 내려왔습니다.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제전을 충분히 적셔주는 듯 벼 포기들이 싱싱합니다.
이 제전은 모내기를 하기 위하여 논에 물이 가득 채우는 음력 5월 중순과
황금빛 수확기인 추석 이후의 15일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길가에는 야오족이 직접 만들어 파는 수공예품 가게도 많습니다.
논 사이의 좁은 길을 걸어 제전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내려와
아침에 우리 숙소에서 짐을 들고 나온 야오 아주머니와 만나 같이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여행의 끝무렵, 이제는 필요 없는 물건을 모두 내주었더니 아주 좋아했지요.
그들의 왕복 수고비는 1인당 40위안.
다음 목적지인 쯔웬의 팔각채로 가기 위하여 다시 룽성으로 나가 버스를 탔습니다.
23위안, 4시간 거리입니다.
쯔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은 팔각채에 다녀오기 위하여 숙소에 캐리어를 맡긴 후
택시를 타고 성북 객운참으로 가서 매계 행 버스에 승차했지요.
그러나 출발 20여 분이 지나면서 연료가 떨어졌다고 버스는 그 자리에 섰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중국에서는 다반사인 듯
모두 항의 한 마디 없이 기름 배달차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과연 중국이구나 실감했던 날입니다.
우리가 팔각채(八角寨, 빠지오짜이)에 간다는 것을 안 버스 차장은
매계에 도착하여 곧 출발할 수 있도록 전화로 매계의 오토바이 택시를 예약해주었지요.
오토바이 2대 왕복, 세 사람의 입장료, 오후 1시 픽업 오는 조건으로
150위안에 운전기사와 요금을 협상한 후 사진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입구로 들어왔습니다.
9km의 거리입니다.
그러나 매표소에도, 입구에도 표를 팔거나 검사하는 사람은 없었지요.
이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표 검사 없는 뒷문으로 들여보낸,
비공식적인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산의 이름은 원래 운태산이지만
팔각형의 뿔처럼 생겼다 하여 팔각채라고 바꿔 부른답니다.
거의 4시간 동안 큰 바위를 돌고 돌아서 840m의 주봉까지 올랐습니다.
동굴을 지나
머리 위로 사람 '人'의 형상이 보이는 계곡에
'매화네 휴식터'를 지납니다.
뜻밖의 장소에 한글로 쓰인 간판이 신기해서 누가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았지만 문은 잠겨 있었지요.
바다에서 융기한 붉은색 사암이 긴 세월의 비바람에 깎여
이런 둥글둥글한 봉우리를 만들었다지요.
특이한 빛깔로 이루어진 이 단하지형(丹霞地形)의 바위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이 되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서 땀은 쏟아졌지만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멋진 경치입니다.
다음날은 쯔웬에서 특쾌 버스를 타고 2시간 거리인 계림에 왔습니다.
곧바로 양쉐 행 버스가 연결되면서 66km 거리를 1시간 걸려 도착, 15위안.
'구이린의 정수는 양쉐에 있고 소수민족의 정취는 룽성에 있다'는 말을 듣고 양쉐에 먼저 온 것이지요.
터미널 근처 양쉐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정한 후 주인 여자에게
내일 오후의 싱핑(興坪) - 양디(楊堤) 구간 보트 투어 알선을 부탁,
다음날 아침에는 싱핑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는 고만고만 작고 둥근 산들이 원근으로 겹치는 특이한 풍경이 보입니다.
하롱베이, 만봉림, 여기까지 모두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먼저 싱핑 터미널에서 근처 노채산(300m)에 올랐습니다.
1200개의 돌계단 길을 올라가는 가파른 길로 왕복 1시간 거리입니다.
정상에서는 리강 물줄기와 싱핑 시내가,
저 아래의 보트 선착장이 보입니다.
리강 전체 길이 전체 170km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계림에서 양쉐,
더 아름다운 구간은 싱핑에서 양디까지랍니다.
오후 1시부터 예약해 놓은 통통배 투어를 시작합니다.
아래에 보이는 저 풍경은 중국의 지폐 20위안에 나오는,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장소.
맑은 날씨,
작은 배 안에서 손에 닿는 수면의 느낌을 즐기며
1시간 동안 멋진 풍경 속을 돌아다녔습니다.
밤에는 양쉐의 번화가, 西街 구경에 나섰습니다.
카페에 들어가 오랜만에 맛있는 커피도 마시며 도심을 돌아다녔지요.
화질이 좋지 않아 작은 사진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이튿날은 미니 버스를 타고 月亮山에 다녀왔습니다.
버스 편도 요금은 2.5위안, 입장료는 15위안.
초입의 대숲이 만들어낸 그늘진 산길은 걷기 좋았지만 그다음에는 800개의 계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 정상 봉우리에 커다랗게 뚫린 동굴이 있어 거기로 달이 보인다하여 월량산이랍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계림의 동글동글한 산봉우리들이 재미있습니다.
양숴 2박 후 돌아온 계림은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최고의 관광도시로
우기인 4월의 지금은 안개가 끼어 시계가 불투명하지만 9월부터 3월, 5월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36,000개의 둥근 봉우리를 가진 멋진 도시에서
우리의 중국 서남부 여행을 마칩니다.
31일 일정의 세 번째 중국 여행에서 긴 거리를 돌아다니며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풍경, 특별한 경험을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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