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서 다시 하노이로 왔습니다.
이곳은 11세기, 베트남 최초의 장기 집권 왕조인 李朝의 수도였고
그 이후 프랑스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오래된 사원과 서양식 건물이며 성당들이 섞여 있는 북부의 중심도시로
거리에는 오토바이가 많이 보입니다.

오후에는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탕롱 수상 인형극장(Thang Long Water Puppet Theatre)에 왔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매진된 B석 대신 그 배의 가격, 40만 동(약 25달러)에 A석을 샀지만
A석 입장객에게는 인형극의 배경음악 CD를 주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네요.
우리말로 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인공의 작은 연못 뒤, 배경 화면으로 가린 물속에서 사람들이 대나무와 실로 연결된 인형을 조종하고 있었지요.
이 인형극은 천여 년 전부터 베트남 농민들이 추수 때 즐기던 놀이가 확산, 전파되면서
전용극장의 정기 공연으로 발전하였답니다.
그들의 일상이나 베트남의 역사, 전설을 극화한 내용이 많습니다.

뒤에서 인형을 조종했던 사람들이 나와 무대인사를 하는 것으로 공연이 끝났습니다.
인형에 연결된 긴 대나무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능란한 손놀림도 오랜 수련을 거쳤겠구나 싶었지요.

기념품 가게의 활짝 웃는 인형들은 바라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합니다.


옥산사를 지나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사이에 밤이 되었습니다.
인민위원회 청사 앞, 이 나라의 민족 영웅인 호찌민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고
Cha Ca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짜까라붕'에 가서
즉석에서 끓여 먹는 샤브샤브 스타일의 생선 지리를 먹었습니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좋습니다.

다음날은 현지 여행사인 신카페에 투어 신청, 평야 지대의 카르스트 지형으로 둥글둥글한 산들이 예쁜,
그래서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닌빈의 땀꼭('3개의 동굴'이라는 뜻)에 다녀왔습니다.
입간판에 우리 한글도 보입니다.
선착장에서 작은 대나무배를 타고
석회암 동굴을 지나는 뱃놀이 40분.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듯 뱃사공은 천장이 낮은 동굴을 지날 때마다 우리말로 '수그리'라 외쳤습니다.
그러나 질 낮은 수예품을 강권하거나 과한 팁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서
아름다운 풍경 속의 즐거운 뱃놀이는 끝이 불편해졌네요.

하노이에서 93km 거리의 이 닌빈은 고대 베트남의 유적지입니다.
특히 이 호아루 지역은 10세기 중엽에 북부 베트남을 통일, 첫 독립 왕조를 세운 丁朝의 수도였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베트(주로 낌족) 족의 베트남 사람들은
이곳을 이 나라의 기원이 되는 땅으로 생각한답니다.
2대 황제 레다이한의 사당 안에는
그 황제의 동상이 있습니다.

그다음 날은 흐엉사(香寺)에 가기 위하여 하노이 남서쪽 70km 거리의 호아빙으로 가서
작은 배를 타고 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이곳 흐엉 산(향산)은 13개 사찰이 있는 불교 성지로
그 마지막의 동굴 사찰까지는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동굴 안에는 영험하다는 관세음보살 부처가 있습니다.
1월인 지금, 베트남 중부의 날씨는 우기여서 야간 버스를 타고 들어온 훼에도 흐리고 비가 왔습니다.
이곳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阮朝의 수도였지요.
55000동의 입장료를 낸 왕궁에서 정문 옥상으로 올라가면 홍강 건너편의 신시가지가 내려다 보입니다.
왕궁 주위로 4개의 강이 흐르면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왕궁을 호위하는 해자가 되었습니다.

건물 대부분은 베트남 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그러면서 복원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국 자금성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태화전은 1970년에라야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네요.

근교에는 민망 황제, 뜨득 황제에 카이딘 황제의 능이 있습니다.
뜨득 황제의 능은 정원이 아름답고
카이딘 황제의 능은 자기와 유리 장식에 그 화려한 흔적이 남아 있었지요.
민망 황제의 것은 세 황제의 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카이딘 황제는
키가 작았기 때문인지 키 큰 신하를 싫어했답니다.
그래서인가 능 앞에 배열된 신하의 석상은 모두 키가 작습니다.
시멘트로 지은 건물에 검은 이끼가 끼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왕릉은 그 옛날의 화려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 훼의 왕릉들은 그 역사적 가치로 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지요.

티엔무사는 훼를 상징하는, 높이 21m의 7층 팔각 탑으로 각 층마다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베트남 구 정부의 불교 정책에 맞서 사이공에서 분신자살한 주지의 그 당시 자동차가
정원에 전시되어 있어서 분위기가 숙연합니다.
탑 뒤쪽의 한자로 쓰인 비석은 이 나라의 지난한 역사를 보여 주었지요.
천 년이 넘었던 중국의 오랜 지배와 간섭, 인접한 주변국들의 잦은 침략과 이 땅에서도 부침이 심했던 왕조들,
그 뒤를 잇는 프랑스와 미국의 지배에 베트남 전쟁까지.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로 우리나라만큼이나 많은 시련을 겪은 베트남입니다.
훼에 머무는 4일 동안 찾았던 음식점,
'분보 훼'의 고기 경단이 들어간 매콤한 쌀국수, '수안짱'의 쌀국수 '반 카이'와
숯불구이 고기 완자가 들어간 '넴 누웅', '라 보랑제리' 빵집의 바삭바삭했던 파이,
흐엉 강변의 '사이공 모린 호텔' 커피와 '동바 시장'의 열대 과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흐엉 강의 짱띠엔 다리 야경도 볼 만합니다.
목조 건물이 고풍스러운 호이안은 그 옛날, 해상 실크로드의 중계지로 번성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차분한 고도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화교들이 남긴 유적도 좋았지만
밤거리 풍경이 더 좋았지요.
대나무로 만든 정갈해 보이는 그릇에

논라를 쓴 아오자이 아가씨 인형들,

색색의 예쁜 등도 많았습니다.
전통공예가 발달한 지역입니다.
음식점, '화이트 로즈'를 찾아가 먹었던 국물이 없는 가락국수, '까오러우'와
장미 모양으로 예쁘게 만든 물만두, '화이트 로즈'도 좋았고
투본 강에 흘러가는 꽃배도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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