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일본, 홋카이도

아칸(阿寒, 아한) 온천 마을

좋은 아침 2024. 6. 15. 09:48

아칸에 도착, 2시간의 자유시간을 즐기는 다른 관광객들과 헤어져

예약한 호텔에 짐을 맡기고 아칸호를 유람하는 아칸정기관광선에 탔습니다. 

 

 

하루 8차례 운항하는 이 관광선은 60분의 호수 유람과

'추루이 섬'의  '마리모 관찰센터'에 들르는 15분까지 모두 75분에 요금은 성인 2400엔. 

'마리모노 사토 부두'와 '행운의 모리부두'에서 탑승할 수 있습니다. 

 

 

해발 720m 고개를 넘어온 깊은 산속 마을의 투명한 햇살 속에   

 

 

잔잔한 호수를 돌고 있으니 

 

 

마음은 한없이 즐거웠네요. 

 

 

끝부분에 들렀던 취루이 섬에는 이 지역의 특별한 천연기념물인

 

 

세계 유일이라는 마리모를 볼 수 있습니다.

둥근 공 모양의 녹조류인 마리모가 특이합니다.    

 

되돌아오는 길에서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는 마을 뒤쪽으로 스키 슬로프가 보입니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호수에서 썰매 타기를 즐길 수도 있답니다. 

 

 

하선 후에는 호숫가를 걸었습니다. 

 

 

이 호반에서는 

 

 

 

홋카이도에 자생하는 무성한 머위의 꽃과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피었다가 진, 겹벚꽃과 개나리며 라일락을 지금도 볼 수 있고 

 

 

 

여름날 밤에는 아이누의 신화를 디지털 아트로 체험할 수 있다는 '카무이 루미나'가

 

 

진행되는 시설과   

 

 

 

이제는 낡아서 통행이 금지된 호수전망대,  

 

 

진흙이 부글거리는 작은 진흙분화구인 봇케에

 

 

사슴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망을 씌운 나무들도 볼 수 있습니다.  

 

 

길의 끝, 이 지역의 자연환경을 알려주는 '아칸호반 에코뮤지엄센터'까지 왔지만 

시간이 늦어서 들어가지는 못했지요.

오전 9시 오픈,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답니다. 

 

 

이튿날은 다음 행선지인 시레토코의 우토로 온천마을로 가는 여정을 알아보려 버스터미널에 들렀다가

아이누코탄으로 가면서 다리 난간을 장식한 이런 조각을 보았네요.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화산인 오아칸(雄阿寒岳, 1371m)과 아이누인들의 신 '카무이',

전령사 올빼미 등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호수, 고유의 물고기인 '빠리모모'에 녹조 마리모까지 등장하면서

이 지역 선주민인 아이누의 전설과 그 생태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지도에서 '아이누고탄', '아이누인들이 사는 마을'은 아칸 안내판에서 왼쪽 아래에 있습니다.

 

 

홋카이도와 사할린, 쿠릴 열도에 살던 원주민, 아이누들이 일본 내에 가장 큰 규모로 재현해 놓은 이 마을은

 

 

이 땅의 선주민인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조성한 곳으로

현재 120여 명의 아이누인들이 살고 있답니다. 

 

 

입구 양쪽으로는 그들의 장인이 아이누를 상징하는 목조각과 특유의 문양이 들어간 장신구, 옷을 만들면서 

직접 판매하는 작업장 겸 가게가 많습니다. 

 

 

외관에 풍기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그들만의 조각작품에 매료되어 두 번이나 이 마을에 찾아왔었네요.

 

 

 

 

 

 

 

마을 언덕에서는 그들이 거주했던 초가를 볼 수 있고 

 

 

'아이누 생활기념관'에서는 그들의 옛 생활용품을 볼 수 있습니다. 

절구와 절굿공이,

 

 

고기잡이 어구며 자리를 짜던 도구까지 우리네 조상들의 삶과 닮아서 신기했지요. 

 

 

 

아이누 극장, '이코로'에서는 

 

 

 

아이누 용사들의 용맹했던 모습을 연출한 사진으로 만날 수 있고

 

 

 

전통춤 공연인 하루 4회의 '고식 무용'과 오후 3시의 '보름달 림세'에 

저녁 9시부터는 고전과 현대 무용에 디지털 아트를 결합시켜 아이누의 역사와 전설을 전하는

'로스트 카무이' 등 여러 가지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 중요무형 민족문화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아이누 민족무용, 고식춤'을 관람하였지요.

그들은 가족과 마을의 평화를 위하여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감사의 춤을 바쳤답니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신과 함께 나누었던 춤은 그들에게 중요한 행사였다네요.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공연이 끝난 후 

 

 

복도에 전시된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횃불을 든 용사를 시작으로 

 

 

어미가 새끼에게 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학춤(사로룬 카무이 림세)'이 이어졌습니다. 

자연과 밀착되어 살던 아이누들이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만든 대표적인 춤이랍니다. 

 

 

쟁반을 던지며 노는 '쟁반 쟁탈춤(헤크리 사라리)'에

 

 

검무(엠시 림세)와 

여자들이 긴 머리카락을 격렬하게 흔들어 대폭풍우를 묘사했다는 '흑발춤(훗타레 추이)',

'사냥꾼의 활춤(크 림세)'과 입으로 부는 전통악기인 '구금연주(뭇쿠리)', '앉아서 부르는 노래' 등

7가지의 춤과 노래가 나왔지만 오전 11시의 공연이라서인지 관객이라고는 딱 6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연했던 무용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숙소 근처에도 '이오맵'이라는 

 


아이누의 문화를 알리는 공원이 있어  

 

 

 

그들의 화려한 색채와 대담한 형태에 또 한 번 놀랐네요. 

 

 

 

 

 

마을 곳곳에도 크고 화려한 조각 간판 가게가 많아서 흥미로웠지요. 

 

 

그러나 19세기 메이지 정부가 이들의 땅을 점령하고 홋카이도라 명명, '개척'하면서 

철저한 동화정책으로 선주민들을 강제 분산시킨 이후, 이들 고유의 역사와 문화는 말살되었고

지금도 지속적인 일인과의 차별 속에서 종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하여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누코탄의 가게에도 찾는 사람이 드물고 활기가 없었지요. 

 

 

피리카호 관광버스의 가이드가 추천했던, 

'오카사기 튀김' 등 향토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나베히사(奈辺久, 나변구)'는 

우리가 아칸에 있던 5월의 22일과 23일의 2박 내내 문을 닫았고

 

 

온천 마을답게 가게 앞에 족욕탕을 만들어놓은 빵집, '팡드팡'도 

 

 

그 이틀이 휴업이어서 아칸을 떠나는 날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맛있는 크루아상을 살 수 있었지요.

 

 

따뜻하고 정감 있는 곳이어서 오래 앉아 있고 싶었네요.

 

 

시설은 낡았지만 온천탕과 조식이 좋았던 우리 호텔에서는

 

 

창밖으로 햇빛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아칸 호의 물빛을 보며 여유로운 날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