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남항 여객선터미널인 운진항에서 5.5km, 배로 10분 거리인 가파도입니다.
제주의 옛 모습을 간직한 가오리 형태의 이 섬은 우리나라 유인도 중 해수면이 가장 낮은 평지섬으로 19세기 중반부터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으며 1653년 이 섬에 표류한 네덜란드 선박의 선원, 하멜이 기록한 '하멜표류기'로 처음 서양에 알려졌답니다.
가파도행 선박 운항은 평소 하루 7회이지만 청보리축제 기간(4/4~5/6)을 앞두고 증편이 되면서 전날 전화 예약한 대로 9시 30분 출발하는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실버 요금은 왕복 1인 11,600원.
매표소에서는 승선자의 이름과 주민번호, 연락처를 기록한 승선표와 주민증을 제시해야 하고 승선 시에도 주민증과 티켓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쾌청한 날씨.
선착장의 '가파도, 친환경명품섬'이라 쓰인 비석에서 주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올해 청보리 축제는 4월 4일부터 5월 6일까지이지만 본 행사는 4월 4일부터 4월 7일까지라서 우리는 그 복잡할 기간을 피하여 하루 전, 4월 3일에 들어왔지요.
선착장에서 지도를 확인한 후, 바다둘레길을 걷다가 돈물깍에서 치안센터를 지나 벽화마을길을 걸어 소망전망대에서 섬을 조망하고 상동우물 쪽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 곧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나갑니다.
처음에 눈에 띈 것은 상동 매부리당.
이 동네 어부와 해녀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해신당입니다.
파란 하늘 아래 더 짙푸른 바다.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바닷가를 걷는 즐거움은 비할 데 없었네요.
고냉이(고양이) 바위도 지나고
멀리 등대가 우뚝 서 있는 마라도를 바라보며
가파도 포구를 지났습니다.
그 옆의 우물, 돈물깍에서는
멀리 왼쪽으로 파란색의 '태봉왓 캠핑장'이, 오른쪽에는 '가파도 Air'이 보입니다.
'가파도 Air'은 전망대를 겸한 갤러리로 구내의 몇 개 스튜디오를 국내외 예술가들에게 제공, 독립된 별도의 창작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런 작은 섬마을에 그렇게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요.
치안센터 앞에서 섬의 중심으로 들어가 발전소와 보리도정공장을 지나
전망대에 왔습니다.
저 초록의 바다,
노랑의 화사한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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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이런 표정의 하르방도 보는 이를 같이 웃게 만들었습니다.
상동우물을 지나
우리도 인파 속으로 들어갑니다.
멀리 산방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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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정상이 보입니다.
마을 주민들의 담 장식은 특이하면서도 재미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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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심한 듯 소박한 가게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요.
기분 좋은 가파도 여행을 끝내고 근처의 송악산에 왔습니다.
송악산은 두 번의 화산 폭발 후 그 주변에 기생화산이 발달하면서 크고 작은 봉우리 99개를 가진 산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이 송악산에서는 현재 분화구 둘레길을 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송악산 정상이 많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일부 탐방로는 출입 금지.
2015년 8월부터 2027년 7월 31일까지 제한하는 자연휴식년제가 시행 중이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지도 왼쪽에서 시작, 부남코지와 전망대 1, 2, 3을 거치는 송악선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2.8km, 1시간 30분의 무리 없는 산책길입니다.
영주 10경의 하나라는 산방산(395m)을 뒤로하고
해안에서 떨어져 있는 무인도, 형제섬 옆을 지났습니다.
모래사장이 있는 작은 섬, 일품의 주상절리층이 있는 큰 섬으로 구성된 이 섬은 보는 방향에 따라 3~8개의 섬으로도 보인다네요.
드라마 촬영으로 알려진 해변을 내려다보며 송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절벽 아래에 여러 개의 동굴이 보이는 곳에는
'다크투어리즘' 안내가 보입니다.
전쟁 말기, 일본군은 송악산에서도 능선과 해안에 이런 동굴 진지 60여 개를 만들면서 제주도를 마지막 저항 기지로 삼으려 했었지요.
올레길 10코스에는 지금도 샛알오름 고사포진지와 동굴진지, 알뜨르 비행장, 비행기 격납고, 지하벙커 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분화구 정상' 표지판을 지났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정상의 분화구 가는 길을 바라보면서
거대한 절벽에 차곡차곡 쌓인 가로 줄무늬의 장관, 부남코지(바람이 많이 부는 곶)로 가는 길가의
승마체험장에는 노랑과 보랏빛의 유채꽃가 화사했지요.
주상절리의 위용은 대단!!!
저 구불구불한 길도 재미있었네요.
부남코지에서는
남쪽으로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입니다.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으로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점으로
원래 이 섬에는 산림이 무성했는데 한 화전민이 달밤에 퉁소를 불었더니 뱀들이 몰려왔고 이에 겁이 난 그가 불을 질러 뱀을 물리치려다가 온 숲을 태웠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평평한 가파도에서는 '가파도 Air'가, 그 뒤의 마라도에서는 등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길은
억새밭과
송림,
말 방목지로 이어입니다.
여유롭게 풀을 뜯는 말 옆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이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네요.
송홧가루 날리는 계단을 지나니
길의 끝, 넓고 검은 모래 해변이 나왔습니다.
기분 좋은, 아름다운 길이었네요.
가파도에서 나온 오후의 푸짐했던 점심, 모슬포의 '제주할망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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