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1일 출발, 7월 1일 돌아온 33일의 일정,
코카서스의 세 나라,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와 동남부 터키를 세 친구와 돌아본 여행입니다.
바쿠로 들어가 이스탄불로 나오는 여정이었지요.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 동서로 길레 뻗은 코카서스 산맥 아래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세 나라가 있습니다.
이웃인 소련 연방에 합병되었다가 1991년에 독립한 이들 세 나라는
실크 로드와 함께 번성했던 곳이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하여 강대국들의 침략이 많았던,
굴곡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입니다.
비자받기가 아주 까다로웠던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구시가.
이곳은 실크로드 최고의 중계 무역지였습니다.
지금은 서민들이 살고 있는
구시가의 칼라디 바랄리(카라반 사라이의 현지어-옛 대상들의 숙소였던 자유무역지구) 지역에는
그 시대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페르시아 풍 호두나무 발코니의 집들이 많습니다.
골목골목 오래된 돌포장 길은 세월의 흔적을 남기면서 반질반질 닳았네요.
성 안은 좁은 골목이 복잡하게 이어진 미로입니다.
그 골목을 산책하다가 만난 아이의 집에서 차를 대접받은 일도 있습니다.
12세기, 메눗쏘르 왕정 시대에 건설한 슈르반샤 왕궁은 복원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성 안의 하수구 뚜껑에도 이체르 샤헤르(성채-구시가)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그 옛날 대상들이 머물렀던 카라반 사라이는 현재 레스토랑으로 바뀌면서
유명인사가 많이 다녀간 듯 그들의 방문 기념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구시가의 2세기에 세워진 '메이든 타워', 열쇠 모양으로 만들어진 높이 8층, 28m, 두께 5m의 이 탑에는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의 전설이 전한답니다.
근처에는 지금도 영업 중인 돔 지붕의 하맘이 많고
카스피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시민들의 산책코스, '블바르 파크'의 저 언덕에는
이 나라를 상징하는 거대한 '불꽃 타워'가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 수도인 '바쿠'는 '바람의 도시'라는 뜻.
석유가 나오면서 이 나라는 부자가 되었지만 수많은 채굴선이 들어선 오염된 바다에서는
더 이상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답니다.
'바람의 도시'라는 이름처럼 5월 하순인 지금도 춥고 습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후니쿨라는 무료.
그 언덕에는 1910년 1월 20일, 독립을 염원하는 봉기에서 소련군에게 죽음을 당한
시민들의 사진과 무덤이 양 옆에 줄지어 서 있고
그 끝에는 '영원의 불꽃'이 이들을 추모하고 있었지요.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이 나라는 지금 자유롭고 평화스럽습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바쿠의 야경 속에서
신흥 산유국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이 나라 힘의 상징인 불꽃 타워, Flame Tower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은
이 나라 제2의 도시이며 장수촌인 쉐키에 가려고 버스 터미널에서
오전 9시 50분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도시 입구에 들어서니
호두 명산지답게 길 양쪽으로 오래된 호두나무 가로수가 길게 이어졌지요.
이 도시에서 볼 만한 유적은 1762년에 건설한 쉐키 칸의 여름 궁전입니다.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주 정교하고 화려했지만
안내인을 동반해야만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에 사진도 못 찍게 하는 등 제약이 많았네요.
그러나 아라베스크 양식의 이슬람 건축 장식은 아름다웠습니다.
근처에는 모스크인 듯 보이는 작은 건물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들과 사진을 남기며
잘 정비된 구시가의 길을 따라 가면
카라반 사라이를 개조한
우리 호텔이 나옵니다.
이 오래된 돌집에서 제일 멋진 곳은 아취로 이어지는 이 복도.
시설은 조금 불편했지만 고풍스러운 그 옛날의 카라반 사라이에서 지냈다는 의미만으로도
참 흐뭇한 날이었지요.
장미가 만발한 뜰
싱그러운 숲속의 야외 테이블 식사도 기분 좋았고
호텔 안의 밤 풍경도 좋았습니다.
카라반 사라이 앞에서 한 장 남기고 이제 우리는 조지아로 떠납니다.
지금 여기는 체리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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