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횡성

좋은 아침 2023. 9. 21. 09:24

백로가 지나면서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들판에는 벌써 고개 숙인 노란 벼이삭들이 보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횡성.

 

 

먼저 담벼락에 소박한 성화가 그려있는 골목 끝, 붉은 벽돌의 풍수원 성당에 왔습니다. 

 

 

1801년 신유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들었던 천주교 신자들은 초가의 작은 예배당을 짓고

오랫동안 그들만의 신앙생활을 꿋꿋하게 이어갔답니다.

 

 

1888년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의 르메르(한국명 李類斯) 신부, 

그 후 정규하(鄭圭夏, 아우구스티노) 신부가 부임하면서 

1907년 준공한 서원면 유현리의 지금 성당 건물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이며 강원도 최초의 성당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강원도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한 역사로 신자들의 순례지가 된 이 성지에서는 

1920년부터 매년 국내 최대 규모의  ‘성체현양대회’가 열리고 있답니다.

시골 작은 마을의 성당 주차장이 의외로 컸던 이유가 있었네요.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의 흉상이 서 있는

 

 

그 시대의 사제관은 지금 '풍수원 성당역사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성당 옆에는 '십자가의 길'이,

 

 

뒤쪽 언덕의 200m 거리에는 초기 신자들이 사용하던 신앙과 일상의 유물을 전시한 건물이 있었지만 

빗줄기가 거칠어지기에 그냥 돌아섰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묵상을 하면서 느긋하게 걸어도 좋을 길이어서 아쉬웠네요.

 

 

 

 

마을 초입의 괜찮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횡성호수로 갑니다.

2000년 11월, 섬강의 지류인 계천에 다목적의 횡성댐이 만들어지면서 이 인공호수에도 둘레길이 생겼습니다.

6구간, 31.5km 거리에서

 

 

오늘은 갑천면 구방리에서 출발하여 횡성호를 가장 가까이 즐길 수 있는 회귀코스, 5구간으로

3시간의  9km 거리인 '가족길'을 걸었지요.

둘로 나뉜 A, B코스를 이어 걷거나 A코스로 끝낼 수 있습니다. 

 

 

주차장 옆 작은 언덕,  망향의 동산에는

댐건설로 갑천면의 구방리, 부동리, 중금리, 포동리, 화전리의  5개 마을이 수몰되면서 

삶의 터전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던 주민들이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하여 옛 화성초등학교 터에 만든 추억의 장소, 

'화성의 옛터 전시관'이 있습니다.

 

 

실향민들은 그 당시의 세대주 이름을 새긴 기념탑을 세워놓고 해마다 모여서 망향제를 지낸답니다. 

 

 

중금리 탑둔지의 절터에 있던 2기의 3층 석탑도 이사를 왔습니다.

불탑 꼭대기까지 불상이 조각된 신라 시대의 탑입니다. 

 

 

 

횡성한우를 상징하는 '코뚜레 게이트'로 들어가서 

 

 

매표소 앞을 지났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오면서 하늘과 저 뒤의 어답산, 횡성 호수가 모두 회색빛 풍경이 되었네요. 

 

 

그 옛날 횡성 5일장으로 이어지던 마을길은 이제 물에 잠겨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고 지고 장터로 가는 가족과 집에 남아 기다렸을 아이들,

 

 

마을 사람들은 조각으로만 남았지요.

 

 

여기는 5구간의 출발점이자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도착점.

 

 

길을 안내하는 자작나무 조각과 

 

 

군데군데 설치된 그 조형물들이 재미있습니다. 

 

 

 

중간의 '레이크 갤러리'에서는 이 호수의 멋진 풍경을 찍은 사진도 볼 수 있었지요. 

 

 

활엽수가 많아 단풍도 예쁠 것 같아서 맑은 가을날에 다시 오고 싶었네요.

 

 

수몰 지역에 담긴 전설도 있습니다.

한반도의 고대 남부 지역에 있었던 삼한 중, 진한의 마지막 태기왕은 지금의 횡성을 중심으로

부족국가의 형태를 이어갔답니다. 

 

 

그러나 신라군의 침략이 잦아지면서 왕은 태기산에 성을 쌓고 최후의 일전에 임했으나

결국 그 전투에서 죽었다네요.

여기까지 쫓겨왔던 왕의 군사들은 갑천에서 피 묻은 갑옷을 씻으며 국토회복을 꿈꾸었다지만

이제 그 땅도 수몰되었습니다. 

횡성호에 잠긴 왕국의 꿈,  한때의 영화를 뒤로 한채

태기왕은 태기산신이 되어 자신의 옛 왕국을 지키고 있답니다.  

 

 

A코스의 반이 되는 지점에서 B코스가 시작됩니다. 

숫자,  누운 8처럼 생긴 A, B의 교차지점입니다. 

 

 

 

 

길가에는 쉼터와 전망대가 많아서

 

 

 

 

 

천천히 즐기며 걷고 싶었지만 오늘 날씨로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네요.

 

 

 

 

손바닥만큼 커다란 버섯도 보며

 

 

삼림욕장과 

 

 

뱃머리처럼 뾰족하게 만들어 놓은, 타이타닉 전망대를 지났습니다. 

비가 오면서 찾아온 사람도 드문 조용한 호숫가, 굽이굽이 예쁜 길이었지요.

 

 

 

 

청태산 휴양림의 우리 숙소는 입구에서도 1.7km 더 들어가야 하는 깊숙한 산속, 

 

 

인도네시아 풍의 건물. 

 

 

인도네시아와 자매결연을 맺고 양국 우호 증진의 상징물로 

휴양림 이용객에게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전통전시관을 만들었다가

이후 숙소로 전환한 연립동이라서 외국 여행 중인 듯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내부 시설은 휴양림 내의 다른 숙소와 차이가 없으나 

그 안에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멋진 힌두사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람바난의 확대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휴양림에서 청태산(1200m)에 오르는 등산 코스는 다양합니다만 

우리는 매표소까지 산길을 걸어 내려가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여전히 비가 옵니다. 

 

 

 

 

청태산 옆 동네인 평창, 봉평에 왔습니다.

지난여름, 평창의 이효석문학관에 왔을 때는 메일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어서 서운한 마음으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메밀꽃이 만개한 축제 기간이라서 볼만했지요. 

마을 옆을 지나는 홍정천의 남안교를 지나

 

 

이효석문학관, 

 

 

 

이효석 생가까지 가는 길 양쪽은 메밀꽃 천지!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숨이 막힐 지경'의 메밀꽃 세상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던 나태주 시인의 시를 생각하면서 들여다본 작은 꽃송이들은

아주 섬세하고도 사랑스러웠지요. 

 

 

 

 

 

 

분홍의 코스모스까지 어울린 하얀 동네.

 

 

 

축제기간에는 이런 '메밀꽃문학열차'도 돌아다니고 있었네요.

 

 

 

 

횡성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태기산에는 태기왕이 쌓았다는 산성터가 남아 있답니다.

KT기지국이 있어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기에 합천의 오도산을 생각하고 찾아왔지만

지금은 일반인의 차량 운행 금지 구역.

정상까지 4km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기에 포기하고

 

 

양구두미재(980m)를 넘어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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