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정선, 3

좋은 아침 2022. 10. 31. 21:01

청명한 하늘, 공기는 서늘하고 단풍은 절정입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정선읍내의 

 

 

                  '아라리촌'에서 시작합니다. 

 

 

태백산맥의 여러 명산으로 둘러싸여 아우라지 물길이 흘러가는 강원도 정선에는

그런 자연환경 속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아라리촌'은 이러한 정선의 조선시대 마을 모습, 전통가옥, 주막, 저잣거리 등 을 재현해 놓아 관광객들이

정선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장입니다. 

 

 

마을 입구의 서낭당과 장승, 연자방아와 물레방아며 농기구, 공방 등의 생활소품에서는 정선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필 수 있었고

강원도의 전통가옥인 굴피집과 귀틀집, 저릅집과 돌집에서는

지역과 사회적인 특성에 따라 발달한 가옥 문화를 엿볼 수 있었지요. 

거기에 양반증서 만들기, 한복 체험, 정선아리랑 배우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답니다. 

 

 

공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무료.

 

 

조양강과 어천의 두물머리에 세운 육모정에서는 

 

 

조양강변의 마을이 보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얇은 판석을 얹은 돌기와의 돌집과

나무껍질을 얹은 굴피집,

 

 

껍질을 벗긴 통나무를 우물 井자 모양으로 쌓아 올려 튼튼한 벽체를 만든 뒤 얇은 판자를 얹은 눈 많은 산촌의 귀틀집과 

대마의 껍질을 벗기고 난 줄기로 짚 대신 이엉을 얹은 초가, 저릅집을 지나

 

 

농기구와 살림도구들,

 

 

연자방아며

 

 

통방아에

 

 

장승이 서 있는 뒤쪽의 물레방아를 지났습니다. 

모두 주변의 자연을 이용하거나 그 속에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연암 박지원이 쓴 '양반전'의 배경이  바로 이 정선,

여기서는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 조형물로 만들어서 보는 이들은 즐겁게 합니다.  

 

 

정선에 사는 한 가난한 양반이 관가에서 환곡을 타다 먹고살았는데

그것이 쌓이고쌓이면서 어느덧 천석이 되었답니다.

지방의 관아를 순시하던 관찰사가 이 사실이 알고 '어떤 놈의 양반이 이처럼 군량을 축냈단 말이냐?'며

그를 잡아 가두게 합니다. 

군수도 관찰사에게 추궁을 당했지요.

 

 

가난해서 환곡을 갚을 힘이 없는 양반이 밤낮 울기만 하고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자

그 부인은 남편의 무능에 짜증을 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의 한 부자가

'내가 그의 양반을 사서 나도 한 번 당당하게 살아보겠다'며 대신 환곡을 갚아주겠다는 교환조건을 내놓자

양반은 기뻐하며 이를 승낙합니다.  

 

 

부자는 돈으로 양반의 신분을 샀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옷차림과 자세가 정반대로 바뀌었네요.

 

 

이를 안 군수는 부자를 양반이라고 칭송하면서 매매증서 작성을 제의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로 작성한 양반의 문서에서는

양반이 지켜야 할 온갖 형식적인 조목들을 나열함으로써 부자를 낙담시켰지요.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바꿔달라는 부자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2차 문서에서는

양반이 누릴 수 있는 여러 특권들을 적어나갔습니다.

그중에 '양반이 이웃의 소를 끌어다가 먼저 자기 땅을 갈고 마을의 일꾼을 잡아다가 자기 논의 김을 먼저 맨다한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상놈의 코에 잿물을  디리 붓고 머리 끄덩을 회회 돌리거나

수염을 낚아채도 감히 원망하지 못한다'는 희화적인 내용도 조형물로 나왔습니다.     

 

 

이런 문건을 지켜보고 있던 부자는 '도둑놈'이나 다름없는 양반이 되기를 포기했고

그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양반'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답니다. 

 

'양반전'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한문 소설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점차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양반층에 비하여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고 상공업이 발달함에 따라 부를 축적한 부농층, 신흥 상공인 계층의 등장으로

신분 질서가 크게 흔들렸던 조선 후기의 양반 사회를 이렇듯 신랄하게 풍자하였지요.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허생전', '호질' 들이 있습니다. 

 

 

아라리촌의 문화해설사는 양반의 덕목을 나열하면서 원하는 사람에게 양반증서를 써 준답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도리를 지켜가며 오늘날에도 양반 노릇 할 사람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라도 진정한 양반, 참 어른은 필요하지 않은가요?

 

 

산을 덮고 있는 아침 안개 속, 

 

 

산촌의 풍경을 보면서

 

 

구절리역으로 왔습니다 

 

 

구절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km,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시속 15~20km로 달리는 철길 자전거,

 

 

레일바이크를 타고 싶어서였지요.

 

 

동네도 재미있었네요.

뒤쪽의 열차펜션 앞으로는 메뚜기 모양의 화장실이 있고 

 

 

사마귀 펜션에

 

 

'여치의 꿈'이라는 레스토랑도 보입니다.

동화의 세계로 들어온 듯 내 마음도 유년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되면 사람이 발로 운전하는 레일바이크들은  순차적으로 구절역에서 출발, 

40분 이동하여 종점, 아우라지에서 풍경열차로 갈아타고 25분 만에  원점인 구절역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레일바이크 운행 시간은 하절기(3~10월) 1일 5회.  08:40, 10:30, 13:00, 14:50, 16:40. 

동절기(11~2월)에는 하루 4회.  08:40, 10:30, 13:00, 14:50.  2인용 3만 원, 4인용 4만 원.

운행 여부 문의는  033 563 8787. 사전 예약을 해야 합니다.  www.railbike.co.kr

 

 

우리의 레일바이크는 몇 차례 터널로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아름다운 가을의 멋진 풍경 속을 달렸습니다. 

 

 

 

터널 속도 환상이었네요.

 

 

송천 옆을 지나

 

 

 

 

 

작은 마을과

 

 

추수가 끝난 들판을 지나고

 

 

열차 선로를 건너서

 

 

 

커다란 풍경화 속을 천천히 달렸지요.

 

 

 

두고두고 기억될 아름다운 날이었네요.

 

 

종점인 아우라지에서 만난 것은

 

 

'어름치의 유혹' 

아우라지의 맑은 물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어름치의 이름이 붙은 갤러리랍니다. 

 

 

여기는 구절 쪽의 송천과 삼척시 하장면의 골지천이 합류하는 아우라지.

강원도 무형문화재인 정선아리랑 가사의 대표적인 유래지로 

객지로 출타한 뗏목꾼 남자를 애닯게 기다리는 여자의 간절한 마음을 읊은 것이

정선아리랑의 또 하나 가사가 되었습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나를 넘겨주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싸이지

잠시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의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모든 아리랑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흥청거리고 신명 나며 기교가 두드러지는 진도아리랑, 거칠고 남성적인 밀양아리랑에 비해

그 가락이 단순하고 구성지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가사에 담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불러가면서

단일 민요 가운데 가장 많은 가사가 채집되었고 분포지역도 제일 넓다했네요.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출발지로 가는  환승열차, 풍경열차는

 

 

우리가 운전했던  레일바이크를 모두 꽁무니에 매달고 달렸습니다. 

 

 

멀리 초승달 조형의 젊은 연인들 사연 담긴 '오작교'가 보입니다. 

 

 

이제는 객차에서 느긋하게 정선의 가을을 바라보며 구절역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소풍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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