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원도의 정선,
화암면 화암리에서 몰운리까지 4km, 기암괴석의 장엄함이 또 하나의 금강산과 같다 하여 붙은 이름,
'정선 소금강'에 왔습니다.
'어천' 따라 화암동굴, 용마소, 거북바위, 화암약수, 소금강(설암), 화표주, 몰운대, 광대곡의 '화암 8 경'이
이어지는 곳이지요.
오늘은 '소금강 전망대'의 타는 듯 붉은 단풍과
가을색으로 물든 웅장한 절벽에 압도당하면서
몰운대를 찾았습니다.
몰운대(沒雲臺)는 5백 년 수령의 노송이 서 있는 수백 척의 절벽입니다.
아름다운 풍광에 구름까지도 머물다 간다는 이 절벽 위에는 넓은 반석이 있고 그 아래 계곡으로 어천이 흐릅니다.
입구 250m 거리에서 '몰운대'와 '몰운정'으로 길이 나뉘는데
아, 몰운대의 500년 노송은 어느 해인가 생명을 다하여 고사목으로 남았습니다.
2019년, 마을 사람들은 노송의 위엄과 멋진 자태를 이어가기 위하여 몰운대 소나무의 후계목을 심었답니다.
건너편 산의 가을 풍경,
추수가 끝나 비어 가는 들판,
갈수기로 수량이 줄어든 어천이 보입니다.
'몰운정'에서 바라보는
몰운대의 반석이 새삼스럽습니다.
황동규는 시, '몰운대'에서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
도무지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고 이곳을 노래하였네요.
박정대, 이인평의 시도 보입니다.
절벽에서 내려와 천변에서 바라본 고목의 모습과
오랜 세월의 풍상이 새겨진 절벽은 지금도 당당합니다.
몰운대 위에서는 정면의 수십 채 비닐하우스들을 애써 외면했지만
아, 그러나 어천 바로 앞, 거대한 축사의 악취는 너무 심해서 오래 머물 수가 없었네요.
황동규는 '몰운대행' 이후의 시집, '미시령 큰 바람'에
실린 시, '몰운대는 왜 정선에 있었는가?'에서
'지난 몇 년간 정선은
내 숨겨논 꿈, 너무 달아 내쉬다 도로 들이켠 한 모금 공기, 쓰다 못 쓴 뜨거운 시, 애인, 포장 안 된 순살결의 길. 어떤 길은 내 차의 머플러를 너무 애무해 병들게도 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길이 포장되었다.
비행기재도 뚫리고 강릉길도 터지고 진부에서도 직행 길이 났다.
길가에 널리는 라면 봉지들, 깨어진 소주병들. 남아 있는 위험 표지판만이 희미한 옛사랑의 흔적일 뿐
마음 온통 빨아들이던 산들도 오늘은 정신 놓고 웅크리고 있다.
그러나 그 위로 아직, 그렇지 아직, 녹음 켜고 있는 하늘, 녹음의 魂'이라고 마음을 달랬지요.
가을 길의 행복한 드라이브 끝에
정선의 숙소에 들어왔습니다.
하이원리조트의
마운틴 콘도입니다.
자작나무 무성한 '하늘정원'에는
안도현의 시, '사랑'도 있습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우리 방 앞의
가을 풍경에 즐거워하면서
서둘러 '마운틴 콘도'에서 '밸리 허브'까지, '둘레길 4코스' 걷기에 나섰습니다.
왕복 4.2km, 2시간 거리입니다.
'황금빛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 잎갈나무 낙엽 숲길을 지나면 드넓은 대자가 마음에 평화를 안겨주는 코스'랍니다.
콘도 G동 옆길에서 시작,
하얀 억새와
화사한 단풍,
자작나무 숲과
아치형의 '소원문'을 지났습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의 백운산으로 이어집니다.
쭉쭉 뻗은 낙엽송(일명 잎갈나무)이 아름답습니다.
이 나무는 재질이 곧고 단단한 데다가 성장이 빨라서 예전의 탄광에서는 받침목으로 썼다네요.
이어지는 신갈나무의 낙엽길에서는 그 서걱이는 소리까지도 좋았지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감동적인 숲길이었네요.
스키 슬로프를 지나
리프트 아래,
1.5km 지점까지 갔지만 날이 어두워기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지요.
하늘공원의 야경입니다.
밤마실에 나서
이 고원의 서늘한 밤 공기를 즐기는 시간,
정호승의 '풍경 달다'가 마음속에 들어오면서
더불어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까지 반추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선, 4 (0) | 2022.11.01 |
---|---|
정선, 3 (0) | 2022.10.31 |
인천, 3. 강화도, 2 (0) | 2022.10.20 |
인천, 2. 강화도, 1 (0) | 2022.10.19 |
영월, 운탄고도 (0) | 2022.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