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함양 서암정사와 하동 쌍계사

좋은 아침 2021. 6. 17. 13:43

휴양림에서 나와 함양의 서암정사와 하동의 쌍계사로 갑니다.

서암정사로 가는 길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하나인

 

 

멋진 지안재가 있고

 

 

그 정상은 오도령(773m), 거기에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지리산 제1문’이 있습니다.

 

 

그 옆, ‘지리산 조망공원’에서는 

 

 

지리산의 연봉과 함양읍이 내려다 보입니다.

 

 

이 멋진 길을 오가던 수많은 시인, 묵객들은 이 자리에서 저마다의 시흥을 호기롭게 풀어놓았습니다. 

시심이 절로 나왔을 만한 풍경입니다.

한글로 옮겨 바위에 새겨 놓은 일두 정여창의 '지리산' 제목의 한시와 

뇌계 유호인의 7언절구, '두류산 노래'도 보입니다. 

두류산은 방장산, 삼신산으로도 불리던 지리산(智異山)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천왕봉 위에 올라

신선에게 예를 표하노니

번쩍이는 환한 빛

안개구름 사이로 솟아오르네

고개 들어 우러러보면

고금의 사물이 눈 아래 있고

한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이 아득하여라

천왕봉 아니라면 

우러러볼 산이 어디 있으랴

한밤에 해가 돋는

동쪽 바다 부상 나라의 새벽

동남으로 수 만리

멀리 공간을 바라보니

한가닥 희미하게 푸르른 섬

구름바다 위로 떠 오르네           (두류산 노래, 뇌계 유호인)

 

 

서암정사는 '지리산 둘레길'의 '인월-금계' 코스에 있습니다. 

 

 

    노고단, 피아골, 반야봉, 세석, 불일 폭포, 벽소령, 연하봉, 천왕봉, 섬진강과 함께

   지리산 10경의 하나로 불리는 칠선 계곡의 

 

 

벽송사 부속암자입니다. 

서산대사, 사명대사가 한때 머물렀던 유서 깊은 벽송사의

 

 

원응 스님이 

한국 전쟁의 참화로 희생된 무수한 원혼의 상처를 위로하기 위하여 10여 년에 걸쳐 조성했답니다.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를 배경으로 암반에 수많은 마애불을 조각해 놓아 불교예술의 극치를 이루었다는

화사한 사찰이었지요.

 

 

입구에는 앞뒤로 부처의 가르침을 새긴 커다란 돌기둥이 양쪽에 서 있고 

 

 

그 안쪽으로는 사찰과 불법의 수문신장인 '금강역사' 부조가 있습니다.

 

 

 

무한 광명한 부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광문을 지나면

 

 

곳곳의 탑과 

 

 

마애불에

 

 

중앙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금빛 화려한 법당, 겹처마의 대웅전이 있습니다. 

 

 

그 지하의 '금니사경 참배관'은 원응 소님이 이 암자의 원만한 불사를 염원하며 

화엄경 80권을 필사한 후 위에 닥종이를 덧대고 아교에 갠 금박 가루로 다시 적어 마무리한 15년의 대단한 공력,

'금니사경'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작업을 끝낸 스님은 2018년에 여름 입적하셨다지요.

 

 

문의 창살 역시 예사롭지 않아 

 

 

그 섬세함은 내소사의 창살과 비교될 정도였네요. 

 

 

바위를 뚫어 그 안에 지은 석굴 법당, '극락전'과 그 주변의 섬세한 조경도 눈을 끌었습니다.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입니다. 

 

 

극락전 위쪽의 법계에는

 

 

손 모양이 특이한 비로자나 마애불의 삼신당.

 

 

용왕이 등장하는 '용왕단' 밑, 그 석굴에도 스님이 수행 중이었습니다.

대웅전의 화려함과 금니사경, 수많은 마애불과 탑으로

 

 

 

 

칠선 계곡 최고의 전망에 예사롭지 않은 사찰.

불교도가 아닌 사람에게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심의 장소였지요. 

 

 

 

서암정사를 떠나 다시 성삼재, 시암재를 지나

 

 

 

하동의 섬진강변을 달립니다.

전북 진안의 팔공산에서 발원, 곡성군 압록 근처에서 보성강과 합류하여

지리산의 남부 협곡을 지나 경남과 전남의 도계를 이루면서 광양만으로 흘러가는 총 212km의 섬진강.

섬진강은 맑고 푸른 강물과 하얀 모래밭의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지리산 10경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도중, 단풍이 아름다운 '피아골' 입구를 지납니다.

작년 가을, 내서천 계곡을 따라 연곡사에서 피아골 대피소까지 왕복 4시간의 단풍 유람에 나섰던 일이 있었지요.

그때의 사진이 남아 있어 같이 올립니다.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모두 아름다운 지리산입니다.

 

 

 

이제 하동 10리 벚꽃길. 

 

 

 

이미 벚꽃은 졌지만 초록의 긴 터널을 달리는 기분도 괜찮았지요.

 

 

신라 성덕왕 때(723년) 의상의 제자인 삼법이 창건한 쌍계사는

지리산의 장엄함과 섬진강의 지혜로움이 조화를 이룬 땅에 자리 잡은 사찰로

진감국사가 중국 당나라 '육조 혜능 선사'의 '남종 돈오선'을 신라에 최초로 전법한 '선'의 도량이었고

제자들에게 '음'(범패-불경을 읽을 때 곡조에 맞게 읊는 소리)을 가르치면서 해동 범패의 본향이 되었으며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가져온 차나무의 종자를

왕의 명령으로 이곳에 처음 재배한 땅, '차'의 시배지가 되면서

쌍계사는 禪과 音, 茶의 성지로 알려집니다. 

 

 

쌍계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대스님들이 남긴 말씀과 

각종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이 양쪽으로 게시되어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을 거쳐

 

 

석가모니불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구층탑'의 '팔영루'를 지나서

 

 

대웅전에 왔습니다. 

 

 

늘 그러하듯 사찰에서 보는 단청의 화려함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대웅전 뒤쪽의 석가모니불, 문수보살, 미륵보살을 새긴 마애삼존불과 

 

 

승려의 수계 의식,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법명과 계율을 받음으로써 불자가 되는 의식의 장소, '금강계단'을 보며

 

 

'돈오문' 안, 당나라 육조 혜능의 정상(머리)을 모셨다는 '금당'에 왔습니다. 

 

 

108개 계단 위, 

금당 현판과 양옆의 편액, '육조정상탑'과 '세계일화조종육엽'이라는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작품. 

'육조정상탑'을 계기로 '세계일화조종육엽', 석가모니 부처의 정법이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졌음을 의미하는 구절이랍니다.  

 

 

금당은 수행자들의 공간으로

하안거 해제 후(음력 7/16~10/13)와 동안거 해제 후(1/16~4/13)인 3개월씩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 19'로 아예 전면 폐쇄 중.

문이 열려 있기에 살짝 들어가 불공을 드리는 스님 뒤로 금당 사진만 한 장 찍고 나왔습니다. 

 

 

금당은 최치원이 비문을 쓴 국보로

대웅전 계단 아래의 '진감선사 탑비'와 함께 쌍계사가 지닌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불법 밖 속인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비탑처럼 보이는 이 소각로와  

 

 

흙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식,

 

 

 

 

거기에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의 소박한 대나무 문 옆, 누구의 장난인지 웃음 띈 저 얼굴.

 

 

대웅전에서 팔령루, 천왕문과 금강문, 일주문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대가람을 나서는 길은

인간에게 미치는 종교의 힘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동, 화개장터에서 먹었던 재첩 회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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