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에 면해 있는 세 나라 중에서 오늘은 라트비아입니다.
1989년 8월 23일 저녁 7시,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염원하는 세 나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국민 200만 명은 각각의 수도인 탈린에서 리가, 빌뉴스까지
600km 거리를 서로 손을 잡아 인간띠로 이으면서
평화와 독립의 노래를 불러 전 세계의 이목을 받은 끝에 드디어 독립을 쟁취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지요.
탈린에서 출발한 버스는 리가에 도착할 때까지 울창한 숲과 작은 경작지, 목초지와 발트 해변을 지났습니다.
세 나라 중 라트비아는 경제적으로 제일 어렵다는데
그래서인지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도 어두웠습니다.
오랜 기간 독일과 소련의 지배를 받으면서 많이 피폐해진 나라,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러시아로 다시 편입되기를 바란다는 정체성이 모호한 나라.
그러면서도 소련 지배 시절 반역 혐의로 시베리아에 끌려간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큰 라트비아족 이야기 등의 사연으로 갈등 속의 이 나라가 불안하게 느껴졌지요
그래서 잠깐 머물다가 곧 떠났지만 또 그런 사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이네요.
성 피터 성당 전망대에서 바라본 800년 역사의 중세도시, 리가입니다.
중세시대 중계 무역지로 번성했던 곳답게 거리에는 화려한 건물이 많았습니다.
시내 어디서든 보이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
자유 독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듯합니다.
이 외진 나라에서 우리의 삼성 로고를 보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구시가의 아름다운 건물 중에서
사진 왼쪽은 123m 높이의 성 피터 성당으로 꼭대기에는 루터교의 상징이자 풍향계인 수닭이 보입니다.
무역업이 발달했던 이 도시의 무역상에게 바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요.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리가 번영의 상징인 상인 길드, '검은 머리의 전당'인데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이 건물 정문 옆, 검은 얼굴의 부조가 특별했지요.
이집트 출신의 흑인 수호 성인, 모리셔스를 받들면서 조합 이름도 '검은머리길드'가 되었답니다.
거리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투어버스가 다닙니다.
구시가의 '고양이 광장'에는 한 건물 위에 검은 고양이 조각이 특이했는데요,
상인 길드 가입이 거절당한 상인이 자기 집의 지붕 꼭대기에 항의 표시로 세워놓은 것이라네요.
광장 주변에는 예쁜 카페가 많았습니다.
밤에 다시 찾아갔을 때에는 또 다른 분위기였지요.
에스토니아 탈린의' 세 자매 건물' 처럼 리가에는 '세 형제 건물'이 있었습니다.
골목길에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 등장하는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의 동상이 보입니다.
인간의 욕망 중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욕망, 자유에 대한 욕망과
자아 성장에 대한 욕망 들을 상징하는 것이라지요.
네 동물은 그래서 농장을 뛰쳐 나왔고
그러면서 브레멘에서 각각의 꿈을 성취한다는 동화의 내용이 담은 동상입니다.
동물들의 코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있답니다.
그 골목 안, 성당의 결혼식에서 화관을 쓴 화사한 어린 들러리의 선한 표정이 예뻐서 한 장 찍고
성장한 하객들을 구경하면서
우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은 여기 'Argonaut Hostelis'에서 가까운 곳에
주말 시장이 섰습니다.
깜찍한 도자기 소품에
값싼 체리가 마음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다음날 찾은 가우야 국립공원 안의 도시, 시굴다는
유럽연합이 정한 '2014년의 문화도시'로 푸른 숲에 둘러싸인 한적하고 예쁜 마을이었지요.
그 마을 초입에서 시굴다 성에 오가는
케이블카를 타면
울창한 숲 사이로 흘러가는 강의 멋진 곡선을 볼 수 있습니다.
숲 속, 벽돌색 건물의 시굴다 성에서는
전통옷을 입은 가이드가 우리를 맞아 주었지요.
러시아와 스웨덴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리보니아 기사단이 축조한 성이지만
1722년 결국 러시아에 병합당하면서 오랜 시간 소비에트 연방의 하나로 지냈지요
성 안의 박물관에는 중세의 생활상을 마네킹과 그림으로 재현해 놓아
우리도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그 앞, 조각공원에는 이 나라 민요의 아버지라는 크리스의 두상이 보입니다.
성에서 걸어 내려오는 길가에는 직접 만들었다는 예쁜 과자를 파는 아주머니에
그 안쪽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 전설의 동굴 약수터, '구트마니스'도 있습니다.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현지 할머니의 도움을 받기도 했네요.
서로 머리핀을 주고받으며 고마움과 기쁨을 나누었던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을
걸어 내려갔지요.
점심을 먹은 시굴다 시내의 고풍스러운 식당도 한 장,
아침, 수도 리가의 버스 터미널에서 시굴다행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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