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정상의 에트나 산(Etna)과

아름다운 '이솔라 해변(Isola Bella)',

긴 '마차로 해변(Mazzaro)'과 '이오니아 해 (Mare Ionio)'의 짙은 물빛,

바닷가 언덕 위의 고대 그리스(Teatro Greco Romano) 극장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고대의 유적을 즐길 수 있는 타오르미나는
시칠리아의 동부, 이오니아 해안의 해발 206m 언덕에 있습니다.
기원전 5세기말, 그리스 식민도시였던 낙소스의 멸망 후
주민들은 타우루스 산기슭으로 이주하면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고
이후로도 연이어 로마, 아랍, 노르만의 지배를 받으면서 여러 국가, 여러 민족의 문화가 융합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매년 여름, ‘타오르미나 필름 페스티벌’이 열린답니다.

타오르미나에 도착하여 비잔틴 거리의 숙소에 짐을 풀고 맨 처음에 한 일은 '카스텔 몰라' 다녀오기.
갈 때는 버스로, 내려올 때는 걸을 생각이었지요.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타오르미나 동쪽의 '메시나 문(Porta Mesina)'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서

30분 만에 '카스텔 몰라'의 광장에 올랐습니다.
이 마을은 타오르미나 위, 타우루스 산 정상(해발 548m)에 있는 작은 성곽 마을.
마을의 중심인 '산 탄토니노 광장'에서

폐허의 성(Castello)에 오르는 도중에

전통 테라코타 기와의 그림이 특이해서 한 장, 담아왔습니다.
이 지역은 역사의 내용과 신화, 전통의상을 입은 군인이나 수호성인을 그려 넣는 독특한 민속 예술이 발달한 곳이랍니다.
백마를 타고 붉은 망토 휘날리며 적을 물리치는 기사, 고대 로마, 비잔틴 등 시칠리아 섬을 거쳐 간 전사들의 전통 의상이 눈을 끌었지요.

정상에서는 에트나 산과 주변에 산재한 작은 산간마을,

굽이굽이 올라온 길과
해협 건너 본토의 칼라브리아 (Calabria) 지역,

타오르미나 시내와

이 마을의 광장까지 모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성에서 내려가는 길 왼쪽의 작은 박물관에는 '시칠리아 왕국(Regno di Sicilia)'의 고지도가 있었지요.
12세기에서 19세기까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섬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역사 속의 왕국, '시칠리아'.
그 영토 내의 요충지 중에는 이 카스텔 몰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사진 속에는
비탈길로 올라가는 성문과

지금은 박물관이 된 교회, 'Chiesa di San Biagio',

전통 복장의 마을 사람들이며

골목길의 예전 풍경이 남아 있습니다.

광장의 카페, 기념품 가게도 몇 개!

타오르미나로 내려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인포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전통 복장의 인형들이 많이 보였지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시칠리아 전통 막대 인형극, '오페라 데이 푸피(Opera dei Pupi)'에 사용하는 인형이랍니다.
저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이 나무 인형캐릭터들은
사람이 무대 위에서 머리와 오른팔을 연결한 쇠막대기로 조종한다네요.

거기서 시내로 내려가는 길 안내를 받고 구불구불, 정감 있는

붉은 기와의 골목길을 걸어

외곽으로 나와서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맑은 날씨,
야생화의 오솔길을 걸어

성벽길을 지납니다.
이 길은 '센티에로 데이 사라체니(Sentiero dei Saraceni, 사라센의 길)'
서기 902년 아랍(사라센) 군대가 타오르미나를 정복하기 위하여 이 가파른 바위 절벽을 오르내렸다는 역사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도로 곳곳에는 진지와

방어벽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바다와 산, 마을과 꽃을 바라보며 걷는 예쁜 길.
끝무렵에는 왼쪽으로

번화가인 '4월 9일 광장’의 시계탑이 보였습니다.
1860년, 이탈리아 통일 독립영웅, '주세페 가리발디'가 시칠리아에 상륙하기로 했던 날을 기념하여 붙인 이름, '4월 9일 광장’은 타오르미나의 만남의 장소이며 포토존입니다.

이제 이 길의 도착점에 왔습니다.
서쪽의 '카타니아 문'이나 시내 외곽 도로에서 출발, 카스텔 몰라 성까지 오르내릴 수 있는 편도 약 2km, 1시간 정도,
대부분 돌과 자갈로 이루어진 길입니다.

내려와서 보니 카스텔 몰라의 성이 꽤 웅장해 보였습니다.

타오르미나의 서쪽에 있는 '카타니아 문(Porta Catania)'으로 들어가면서

뒤의 시계탑을 보며

광장에서 쉬는 시간.
현무암과 대리석의 독특한 흑백 체크무늬 바닥이 특이합니다.
광장에는 '산 주세페 성당(Chiesa di San Giuseppe)'과

지금은 시립도서관으로 쓰이는, 오른쪽의 성 아고스티노 성당(Ex Chiesa di Sant'Agostino)이 있습니다.
직선거리의 대로, '움베르토 1세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다닙니다.

거리의 가게에서는 시칠리아 전통문화상품인 '솔방울 모양의 도자기'와 '남녀 한쌍의 도자기 화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장식의 '남녀 한쌍의 머리'는
희비극 사연 담긴 '모로인의 머리(Testa di Moro)'로 역설적이게도 '영원한 사랑', '열정'을 담고 있고
솔방울처럼 생긴 '피냐('Pigna)'는 '다산과 번영', '환대와 행운'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랍니다.

거리 끝에는 2세기에 지은 건물, 일부 복원된 '오데온 (Odeon)'이 있습니다.
로마 시대의 소극장, 오데온에서는 주로 음악 공연이나 시 낭송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동쪽의 '메시나 문(Porta Mesina)'으로 나가면

타우로 산 중턱에 기원전 3세기에 지은 '고대 그리스 극장'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지름 109m, 28개 계단에 최대 5000개의 관중석이 있는 이 극장에서는 지금도 고대 그리스의 연극을 상연한다 했지요.

세상 어디에도 없을 풍경, 에트나와 이오니아 해를 바라보는 전망 좋은 이 극장에서는
굳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 공연이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소였습니다.

타오르미나의 언덕에서 '이솔라해변'이나 '마차로 해변'에 오가려면 곤돌라를 타거나 버스를 타야 합니다.
우리가 갔던 시간에는 케이블카 점검이 있는 날이라서 이용할 수 없었네요.

서글서글, 인심 좋은 안주인이 맞아주던 우리 숙소의 입구에는 '환영'의 솔방울이 양쪽에 서 있었고

거실에서는 피터 팬의 명언,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꿈꾸는 사람만이 날 수 있습니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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