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리체 가는 날,
팔레르모 중앙역 근처의 탑승장 2출구에서 10시 출발하는 Segesta 버스(9.6유로)를 타고

싱그러운 봄날의 초원을 바라보며 달리는 2시간.

종점, 트라파니 항구(Trapani porto) 역에서 에리체(편도 2.9유로, 45분) 행 AST 21번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이 버스는 트라파니 중앙역 부근의 터미널, 트라파니 항구(Porto), 시내 중심주요 도로인 '비아 파르델라 정류장(Via Fardella)'에서도 탈 수 있습니다.

AST버스 시각표에는 버스에 탑승하기 전에 미리 티켓을 구매하거나 기사에게 지불할 잔돈을 준비하고
자율 요청 정류장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니 내리고 탈 때 미리 기사에게 신호를 보내라는 안내가 보입니다.
휴일에는 편수가 대폭 줄어 하루 2편만 운행한다네요.

돌아갈 때를 생각하여 에리체에서 트라파니로 가는 버스 시각표도 한 장.

버스는 멀리 비너스 성이 보이는 '줄리아니 산' 속으로 올라가면서

트라파니의 서쪽 풍경, '코파노 산'과 '티레니아 해안', 트라파니의 평야지대를 보며 구불구불 돌아

에리체(해발 750m)에 왔습니다.
성문 앞,

인포 앞에서 효율적인 관광 안내와

관광 통합권 구입 안내를 보며

메인인 'Porta Trapani' 성문을 통하여 에리체 마을에 들어갑니다
산 꼭대기에 있는, 멋진 전망과 중세 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작은 성곽도시,
돌로 만든 오래된 골목길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을,
에리체입니다.
마을의 중심인 '코르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Corso Vittorio Emanuele)' 거리는
반들거리는 연륜의 회색빛 돌길과 골목골목의

오래된 돌집이며

시칠리아 전통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귀엽고


깜찍한 상품이 눈을 즐겁게 했네요.

마을 중심의 시청을 지나면 '산 도메니코 수도원(Convento di San Domenico)'.

1486년에 지은 이 수도원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오른쪽에 있는 '산 줄리아노 교회(Chiesa di San Giuliano)'의 멋진 종탑을 지나면

짙은 숲, '발리오 공원'.
사진 왼쪽으로 케이블카(funivia) 승강장이 있습니다.
트라파니에서 이 케이블카를 타고 에리체에 오려면 트라파니 역사지구(중심가)에서 21번이나 23번 버스를 타고 30분 이동, 3~4km 떨어진 Casa Santa 지역까지 가야 합니다. 승차장 이름은 'funivia Trapani-Erice'.
에리체까지 편도 10분, 5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21번 버스는 이 케이블카 승차장에 들렀다가 에리체로 올라왔습니다.
트라파니로 내려갈 때는 이 케이블카를 탈 생각이었는데 거친 바람으로 오늘은 운행이 중단되었다 했지요.
오른쪽으로 종탑이 보이는 '에리체 성당'도 18시 45분의 버스 막차 시간에 쫓기면서 들르지 못해 서운했던 곳.

발리오 공원에서 전망대를 거쳐 찾아온 비너스 성(Castello de Venere)은
기원전 1200년 경인 아득한 시대에 소아시아에서 건너온 엘마이라 인들이
지중해 방어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만든 요새였습니다.
기원전 6세기에 고대 그리스와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두 강대국의 지배를 이어받으면서
이곳은 아프로디네의 신전이 되었다가 풍요의 여신, 에리키나에게 헌정된 장소로 이름이 바뀝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비너스 성이라 불렀지요.
그러나 12세기에 노르만족이 들어와 기존 신전의 돌과 자재를 재활용, 뒤쪽에 발리오 탑을 만들고
그 탑을 중심으로 가파른 절벽에 단단한 요새를 지으면서 비너스 성은 점점 황폐해졌습니다.
로마건국신화에서는 트로이가 정복당하기 직전에
신탁에 따라 트로이의 왕족인 '아이네이아스'가 일족을 이끌고 탈출,
지중해를 떠돌다가 에리체를 거쳐 오랜 항해 끝에 로마에 가까운 리비노에 도착, 알바롱가라는 도시를 세웠고
이후 그 후손의 하나인 로물로스 형제가 기원전 753년에 로마를 건국합니다.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는 트로이의 왕족, '안키세스',
그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나 신들의 보호를 받았다는 半人半神인 아이네이아스.
로마인들은 그런 연고의 이 성을 그들의 조상,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 로마 버전인 비너스 신전으로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리스 인을 조상으로, 신의 축복 속에서 로마제국이 이루어졌다는 설정입니다.

전망대에서는 동쪽의 트라파니 항구와 염전,

풍요로운 들판이 내려다보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비너스의 성(Castello de Venere)은 현재 일부만 복원되고


그 안에는

잔해만 남아 있었습니다.

저 뒤로 '발리오 탑'과

아래로는 에리체 유적의 복원에 평생을 바쳤다는 페폴리 백작의 페폴리 타워,

성 조반니 바티스타교회(Chiesa di San Giovanni Battista)와

서쪽 풍경이 보입니다.

거기에서 내려가는 길, 트라파니와 에리체 지역의 하이킹 안내 표지판도 있습니다.
트라파니 문은 여기에서 30분, '산 조반니 광장'까지 3분이랍니다.
시간 설정이 우리와는 달랐네요.

페폴리 타워로 내려가다가

숲 탐방로 안내판도 만났지요.

저 숲길, 트라파니로 가는 길을 내려다보며 새로운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적한 '피스치나 길'로 들어섰다가 또하나의 멋진 전망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는 '스페인 지구('Quartiere Spagnolo)'의 흐드러지던 야생화와 바닷가 풍경에 감동하면서

'스파다 문(Porta Spada)' 근처의 '산 토르솔라 성당(Chiesa di Sant'Orsola)' 옆길을 걸어

'카르미네 문(PortaCarmine)'까지 갔다가 아예 문밖으로 나가서 성밖의 오솔길을 걸었지요.
여기 역시 야생화 가득한 들길.
봄의 파란 하늘과 바다, 초록의 산과 들판,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향기로운 신록의 숲길.....
그러나 아쉽게도 전화기 배터리가 소진되면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그래서 도심으로 들어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의 '파스티체리아 마리아 그라마티코(Pasticceria Maria Grammatico)'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아몬드 페이스트리'와 '제노베시(Genovesi)'라는 전통과자로 유명한 디저트가게입니다.

1964년, 마리아 그라마티코 할머니가 어릴 때 수녀원에서 배운 전통 방식의 과자를 만들어 팔면서 시칠리아 디저트의 성지가 되었다지요.
작지만 소박한 분위기.
안뜰 정원에서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전화기 충전을 부탁했더니 쉽게 응락,
배터리를 연결시키고는 카놀리와 에스프레소를 주문,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제노베시(Genovesi) 에리치나'는
바삭한 타르트 생지 안에 커스터드 크림을 가득 채운 후 슈가 파우더를 뿌린 에리체의 전통과자,
'프루타 마르토라나'는 아몬드 페이스를 사용, 진짜 과일처럼 정교하게 빚어낸, 역시 이 마을의 전통 과자랍니다.
'카놀리'는 바삭하게 튀긴 피 안에 신선한 리코타 치즈 크림을 듬뿍 넣은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

프랑스 여행 가이드북인 '르 루타르(Le Routard)'의 추천 맛집 인증을 10년 연속으로 받았다는 가게라니
와, 대단했네요!

발리오 정원으로 향하는 골목길의 고풍스러운 돌벽 석판에는
시인 '디노 데리체(Dino D'Erice)'가 에리체에 헌정한 시, 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750m의 고도 때문에 자주 짙은 안개와 구름에 둘러싸여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고 어느 계절이라도 좋을 풍경!
시인은 이 독특한 아름다움과 중세의 돌길, 성벽이 고스란히 보존된 마을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세월에 박제된 순결한 신전, 에리체'라고 노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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