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살라무 알라이쿰(As-salamu alaykum,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와 알라이쿠뭇 쌀람(Wa alaykumus-salam)'
튀니지는 카르타고, 반달, 로마의 문화유적이며 아랍, 이슬람, 프랑스 문화와 건축물, 맑은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 거친 사막의 오아시스와 모래 언덕, 광활한 소금호수와 순수하고 친절한 사람들, 저렴한 물가에 무엇보다도 커피가 맛있던 매력적인 나라였습니다.
오랜 기간 프랑스의 지배를 겪으면서 불어가 제2공용어로 쓰이며 우리나라와는 - 8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나라, 튀니지에서 10일, 몰타 5일에 시칠리아 15일을 지난 4월에 여행 친구 둘과 다녀왔습니다.
투르키 항공을 이용, 이스탄불에서 환승, 튀니스에 들어갔다가 시칠리아의 카타니아에서 출국, 다시 이스탄불을 거친 긴 비행이었지요.
수도 투니스의 소박한 공항 입국장에서

잠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 안내문.
입국 시 2만 튀니지 디나르(TND. 유로화, 달러는 환산한 금액)를 초과, 지참한 경우에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잇달아 휴대전화에 날아든 우리나라 외교부 안내에서도 이 조항을 따르라 했네요.
결론은 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입출국 시 아무 일 없었다는 것.

그러나 공항 택시의 바가지는 피하지 못했지요.
캐리어 때문에 택시를 타면서 미터기를 보며 안심했지만 8km 거리에 찍힌 요금은 89 TND.
통상 10 TnD 안팎으로 알고 있었기에 한참 동안 실랑이하다가 결국 30 TND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100달러는 900TND, 1TND는 약 510원
숙소에 짐을 놓고 투니스의 중심,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로 나왔습니다.
기원전 9세기, 레바논에서 온 페니키아인들이 정착한 카르타고는 지중해를 두고 로마와의 패권 다툼 끝에 기원전 146년인 제3차 전쟁에서 로마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게 패배, 철저히 파괴되면서 로마 공화정의 아프리카 속주가 됩니다.
비옥한 경작지가 있어 ‘로마 제국의 빵 바구니(bread basket)’라 불렸다지요.
이후 5세기의 반달족, 6세기에는 비잔티움 제국, 8세기부터 아랍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 국가로 편입.
1881년부터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었으나 오랜 시련 끝에 1956년 ‘튀니지 왕국(Kingdom of Tunisia)’으로 독립하면서 1년 만인 1957년에는 대통령제를 채택, '하비브 부르기바'가 이끄는 ‘튀니지 공화국(Republic of Tunisia)’을 건설합니다.
일부다처제와 여성의 히잡 착용 폐지 등 남녀평등을 법제화하며 건국의 기초를 닦았던 하비브 부르기바는 도시 중앙의 승마상으로, 중심가 거리의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위대의 외침이 가득했던 거리 한쪽,

'성 빈센트 드 폴 성당' 앞, 'I Love Tunis' 글자 뒤에는

그 길의 끝,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났음을 기념하는 독립문( ‘밥 엘바’, 일명 프랑스문)과

메디나인 구 도심이 나오고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혼잡한 거리,

화사한 수크(전통 시장)를 지나면


'자이투나 모스크'가 나옵니다.
'자이투나'는 '올리브 나무'라는 뜻.
이 사원을 지은 '하산 이븐 누만'이 이곳에 있던 올리브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을 교육한 것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737년부터는 단순한 종교 시설에서 학문의 중심지로 발전, 이집트의 '알 아즈하르', 모로코의 '알 칼라윈'과 함께 북아프리카 최고 학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예배실은 무슬림만 출입 가능.
살짝 들여다본, 모스크 안의 카펫 깔린 실내는 샹들리에가 화려했습니다.

43m 높이의 거대한 미나렛(첨탑) 중심의 사각형 뜰 안,

사원과 기도실을 받치고 있는 160여 개의 대리석 기둥은
인근에 있던 고대 카르타고의 로마 유적지에서 가져와 재활용한 것이라 했네요.

그러면서 색깔과

장식이 서로 다른 기둥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의 '밥 엘바' 앞, 왼쪽으로 '마가진 제너럴' 이름의 큰 마켓은 근처 아파트에서 3박을 했던 우리가 식료품을 사러 몇 번 갔던 곳입니다.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맥주를 파는 곳, 튀니지의 괜찮은 맥주 '셀티아'를 살 수 있습니다.
모스크에서 나와 '카르타지 유적지'로 갈 때는 시내 지리을 익히면서 전철, TGM(Tunis-La Goulette-lA Marsa)의 종점인 Marine 역까지 30여 분을 걸었지요.
요금은 2TND, 우리 돈 1,000원 정도.
시내에서는 347번 버스가 다닙니다.
1872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는 이 북동부 노선으로 지중해를 바라보며 '카르타고 유적지'와 '시디 부 사이드'를 오갈 수 있습니다.

제2 포에니 전쟁 당시, 용병 4만과 코끼리 300여 마리를 이끌고 피레네 산맥과 한겨울의 알프스를 넘어 17 년 간 이탈리아 북부를 점령했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패전으로 로마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군에게 쫓겨 다니면서 로마 타도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좌절,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로마와 패권을 두고 다투었던 고대 강국, 카르타고는 그렇게 멸망했습니다.
그 영웅의 이름을 단 한니발 역에서 하차,

바다 쪽으로 내려간 정문에서

카르타지 유적 통합입장권(성인 20TND . 안토니누스 목욕장, 로마 원형극장, 로마 빌라, 로마 극장, 카르타고 박물관과 토펫, 페니키아 항구 등 10개소 일괄 입장권)을 사 들고

먼저 1번인

안토니누스의 목욕장(Themes d'Antoninus)을 찾아가는 길.

이곳은 서기 2세기, 로마 황제 안토니누스 피우스의 재위 기간에 132km 떨어진 먼 산에서 물을 끌어들여 완공했다는,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공중 목욕 시설이었지만 반달족의 침공으로 파괴된 이후 튀니스 도시 건설로 석재가 반출되면서 현재는 2층 구조 중에서 1층의 지하 기초 구조와 일부 잔해만 남아 있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앞에 둔 멋진 위치,

체육관과 도서관까지 갖춘 종합 휴식 시설이었다는 안내도를 통하여 그 옛날의 영화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지요.




봄날의 들판에는 이 지역을 훑고 지나간 여러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무너진 교회와

아크로폴리스,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만들어 놓은 카르타고 문명의 공동묘지같은 유적들은
이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비르사 언덕에 오르면 제일 먼저 '세인트 루이스 대성당'이 보이고

카르타고 시대의 포에니 모습을 담은 언덕의 조감도에는
마고니의 벽, 튀니스 만, 포에니 항구, 부코르닌 산, 비르사 아크로폴리스 성채, 초기의 성벽, 튀니스 호수, 이중 성벽들이 나타납니다.
튀니스는 이렇게 고대 로마나 페니키아 시대의 파괴된 기둥과 돌무더기 앞으로 현대적인 카르타고 시가지와 지중해가 펼쳐져 있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카르타고 박물관은 내부 수리 중이라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언덕에서는 해협 넘어 멀리 부코르닌 산과 그 앞으로 포에니 항구의 유적도 있습니다.

로마 빌라 유적은
기원전 146년 포에니 전쟁으로 파괴된 카르타고를 로마인들이 재건하며 조성한 바닷가의 고급 주택들이었습니다.
로마 제국 시절의 번성을 알리는 이 주거지 역시 폐허로 남았어도

작은 채색돌, 테세라를 이용한 모자이크화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은 여전했네요.

로마 원형극장(The Roman theatre of Carthage)은 피비린내 나는 검투사 경기와 동물 사냥 들이 열렸던 곳으로

지금은 야생화들의 땅이 되었습니다.

로마의 건축술을 보여주는 저수조는 지금도 여전히 튼튼해 보이는데

그러나 카르타고 문명 당시 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아이들의 무덤, 토펫에서는 마음이 서늘해졌네요.

페니키아 항구의 유적인 상업항 옆,

잘 가꾸어 놓은 원형의 꽃밭처럼 보이는 이 군사항은

은밀하게 지중해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튀니지의 모든 유적은 여름과 겨울, 라마단 달에 따라 입장 시간이 달라집니다.
이들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씨를 써 나가는 것처럼 시간 안내의 화살표 방향도 우리와 달라서 잠시 어리둥절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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