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와 산방굴사
마라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모슬포의 운진항과 송악산 입구의 산이수동항에 있습니다.
우리는 가파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산이수동항에서 '최남단 마라도 가는 여객선'을 탔습니다.
전날 전화로 예약,
항구에 도착하면서 곧 9시 20분 배로 출발할 수 있었지요.
배는 송악산을 뒤로 두고 달립니다.
30여 분 지나서 우리나라의 끝이며 시작인 마라도 도착.
섬 둘레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1시간 정도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답니다.
배에서는 멀리 등대와
가파른 절벽의 기암이며 해식동굴들이 보입니다.
남대문이라는 이름의 바위 위에는 섬 둘레길의 목책이 주욱 이어지고 있었지요.
물빛이 고왔네요.
섬 안내 지도는 작은 섬만큼이나 간단합니다.
배에서 올라오니 곧 넓은 들판이 펼쳐졌지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섬은 원래 숲이 울창했답니다.
그런데 언제인가 한 주민이 달밤에 퉁소를 불면서 뱀이 몰려왔고 이에 겁이 난 그가 불을 질러 뱀을 물리치려다가 온 숲을 태웠다는 전설(?) 이후 섬 안은 대부분 풀밭으로 변했다네요.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 곧 바닷가에서 애기업개당을 만났습니다.
애기업개는 아기를 돌보는 여자아이.
옛날 모슬포 해녀들은 마라도에 물질 나가면서 어린 자식을 여자아이인 애기업개를 맡기려고 대동하였답니다.
며칠 간의 물질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어느 날 밤, 한 해녀가 섬을 떠날 때 애기업개를 두고 떠나야만 모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신꿈을 꾸었다네요.
할 수 없이 애기업개에게 심부름을 시켜 멀리 보낸 후에 모두들 배를 타고 떠났고
이듬해 다시 물질하러 와 보니 애타게 그들을 기다리던 아이는 죽어 백골만 남아 있더랍니다.
자신들 때문에 희생당한 그 영혼을 위하여 해녀들은 1년에 한 번 여기 애기업개당에서 제를 올린다지요.
목책을 따라 걸으면서 정자도 지나고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야생의 선인장 열매, 백년초 옆도 지났습니다.
눈이 부시게 새파란 저 물빛은 '샤코탄 블루'보다도 아름다웠고
바닷가의 보랏빛 유채꽃도 예뻤지요.
마을사람들이 해신제를 올린다는 신선 바위를 지나면
남쪽 바다를 보고 서 있는
감, 개, 무, 량한 대한민국최남단 비가 나옵니다.
거기에서 조금 더 지나면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가 보이고
등대 옆에는 우리나라 최남단의 아주 작은 성당이 있었지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허허롭게 서 있는 저 모습!
앞뜰 바닥에는 종교적 상징인 물고기 모자이크가 보이고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쁜 그 안,
작은 내부의 천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그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였습니다.
뒤쪽에는 사제관이 있습니다.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해안길에서도 한라산과
산방산이 보입니다.
등대 앞길로 나오던 중,
숲길로 들어서서
야생의 방풍나물을 보며
마을로 들어왔지요.
'짜장면 시키신 분~!'
이 섬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듯해서 주문한 짜장면과
짬뽕으로 점심을 먹고
바람을 피해 납작 엎드려 있는 가자니아꽃과
섬 안의 작은 연못을 들여다보며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어디보다도 예쁜 파랑의 바다를 가슴에 담고
마라도를 떠납니다.
가파도 Air와 태봉왓캠핑장이 보이는 가파도를 지나
다시 돌아온 송악산 아래의 산이수동항에는 봄날에 몰려온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마라도에 다녀온 오후에는 산방산(395m)에 올랐습니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방산은 제주의 설문대할망이 한라산 백록담의 봉우리를 뽑아 던져 만들었다는 설화의 가파른 산으로 벼랑에 자생하는 희귀한 암벽식물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답니다.
산방산의 조명암질용암은 끈적끈적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멀리 흐르지 못하고 위로 밀려 올라가 볼록하게 솟은 종 모양의 산, 종상화산(용암돔)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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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외부는 수직의 주상절리, 아랫부분은 조면암의 굳어진 파편으로 덮였지요.
산방사에서 산방굴사(해발 200m)로 올라가는 길에는 풍화로 인한 구멍이나 동굴인
'벌집풍화'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남쪽 중턱에 바위굴, 산방굴사는 예부터 영주(제주의 옛 지명) 10경의 하나였다지요.
이 자연굴은 가로 10m, 세로가 5m 정도로 그 안에 불상을 안치해 놓았습니다.
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석간수에도 애달픈 전설이 담겨 있었네요.
그런 전설에 기대어 시조시인 이은상이 읊은 시조가 보입니다.
산방사 누각에서는
용머리 해안과
등대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 뒤로 멀리 송악산이 보였습니다.
이 마을에서도 유채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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